‘조문 논란’ 직접 결정, 업무 정상화비상경제회의-업무보고 재개키로
  • 북한 김정일 사망과 관련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했던 청와대가 정상적인 분위기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논란이 됐던 부분을 직접 진두지휘해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사망 발표 후 사흘째인 21일, 청와대는 차분한 분위기로 정상 업무로 복귀하고 있다.

    특별한 돌발 사태가 다시 불거지지 않는 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자제하고 가급적 수면 아래에서 드러나지 않게 상황을 관리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전언이다.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조급한 기조로 비칠 경우 국민 사이에 필요 이상의 위기감이 조성돼 자칫 시장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 김정일 사망 다음날인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 김정일 사망 다음날인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 조의 문제 논란, 李 대통령 단칼 정리

    김정일 사망 이후 청와대가 가장 고심한 문제는 조의-조문 문제였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남은 임기 내내 대북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 하루만인 20일 직접 나서 조의 문제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파악이 늦은 만큼 사망 당일에는 김정일 사망원인과 북한의 돌발행동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한 정보수집 활동에 전력을 다할 것을 지시한 뒤 곧바로 가장 큰 화두를 먼저 정리한 셈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 문제로 좌파와 우파 진영 간 논란이 커지고 남남갈등의 조짐마저 보이자 20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도 정부의 조의 표명을 둘러싼 엇갈린 여론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 조의를 보내야 한다는 ‘온건론’과 오랜 철권정치로 북한 주민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 장본인에 대한 조의 표시는 맞지 않다는 ‘강경론’이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회의 시작 2시간여 만인 4시10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조의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담은 ‘정부 담화문’을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간이 지체될 경우 논란이 확산될 수 있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오전 7시30분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한승주 전 외교장관 등이 주축이 된 외교·안보자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조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등 다양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전화통화를 하는 등 김 위원장 사망 후속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비상체제 유지 속 정상 업무 복귀 중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당초 예정됐던 일정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에는 참모들과 관계 각료들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는 데 주력했으며, 청와대도 비상근무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기존에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공식 일정들도 이날까지 모두 취소된 상태지만, 22일 잡혀 있던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예정대로 주재하기로 했다. 일부 업무를 정상화하는 셈이다.

    전날 조의 표시 및 조문단 파견 문제를 정리하는 등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어감에 따라 이 대통령도 꼭 필요한 주요 일정은 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비상경제대책회의의 주제는 최근 상황에 맞게 김 위원장 사망이 국내 시장 동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조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김정일 사망으로 중단됐던 부처별 새해 업무 보고 청취도 23일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업무 보고부터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된 법무부와 법제처,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는 내년 초 기존 예정된 보고 일정이 완료된 뒤 이뤄진다.

    청와대 관계자 “오랫동안 비상 체제가 이어질 경우 국민 불안이 커져 소비가 위축되는 등 악영향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따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 업무로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청와대의 비상근무체제는 북측의 장례절차가 끝나는 오는 29일까지 계속 유지된다. 이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참모 및 관계부처 장관 등으로 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