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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을 꾀하던 한나라당이 ‘재창당’을 두고 당 분열이라는 위기상황에 맞닥뜨렸다.
쇄신파인 정태근, 김성식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고 친박(친박근혜)계와 중립파 의원들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한나라당은 지난 12일에 이어 이틀째 연 의원총회에서 쇄신파와 친박-중립 인사가 맞붙었다. 1차 의총에서 ‘박근혜 비대위’에는 모두 합의했지만, 쇄신파는 ‘재창당을 전제로 한 비대위 구성’을 주장한 데 반해 친박은 어려운 시기에 당 전면에 나서는 만큼 조건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 쇄신파 ‘압박’에 친박계 반격 나섰으나...
이날 총 전부터 일부 쇄신파가 탈당 가능성을 알리며, 표결에 부치자는 등 박 전 대표를 압박하자 침묵을 지키던 친박계와 중립파 의원들의 ‘맹공’이 이어졌다.
지난 1차 의총에서 발언자 33명 가운데 64%인 21명이 재창당 필요성을 언급하며, 쇄신파의 신당론이 친박의 리모델링을 압도한 것과 정반대되는 양상이었다.
친박계 최고위원 출신인 서병수 의원은 “당 해체와 당명을 바꾸는 재창당에는 반대한다. 당이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는 데는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대통령과의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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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은 13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재창당' 여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 연합뉴스
권경식 의원은 “재창당을 전제로 한 비대위 구성에는 반대한다. 의총에서 결정할 권한이 없다. 외부인사를 영입할 경우, 재창당 수준의 논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일표 의원은 “당을 해산하고 재창당 하는 과정은 현실적으로 복잡하다. 조건을 걸고 (박 전 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수락해 달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힘을 보탰다.
황진하 의원은 “당명 변경은 옳지 않다. 박 전 대표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내자”고 했고 박보환 의원도 “어려운 시기에 비대위에 전제조건을 달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당을 결국 해체하자는데 비대위가 무슨 철거용역업체고, 박 전 대표가 철거용역업체 사장이냐. 박 전 대표는 철거용역업체 사장 하다가 물러나라는 건데, 박 전 대표를 신당 개혁 이벤트 모델로 쓰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태근‧김성식 “한나라 떠난다” 탈당
반면에 쇄신파인 주광덕 의원은 “쇄신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재창당의 각오로 해야지 국민들이 봤을 때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표가 지게를 짊어지더라도 목적지는 우리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재창당이다”고 했다.
같은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은 의총 직전 탈당설에 대해 “책임있는 뭔가를 해야지. 좀 지켜보라”고 말했으나 끝내 의총이 끝나기도 전에 정태근 의원과 함께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 “지금 국민의 명령은 한나라당을 근본적으로 혁명하라고 하는 것인데 지금 당이 주저주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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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탈당을 선언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전국위에서 신당 창당 수준의 재창당을 하는 쪽으로 당헌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는 허허벌판으로 나가 이 낡은 정치판과 부딪히는 정치의병이 되겠다”며 조건부 탈당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도 이날 의총 도중 친박계의 재창당 거부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이런 낡은 구조를 온존시키는데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탈당을 결심했다. 오늘로써 한나라당을 떠난다”고 말했다.그는 “낡은 보수와 정말 무책임한 진보가 정파적 이해만 갖고 대립하는 현 정치가 간절히 바뀌기를 바라고 있는데 정치가 이에 응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절망했다. 오늘의 비대위 논의과정을 보면서 한나라당이 거듭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 탈당이 당의 재창당에 긍정적 역할을 미치길 희망한다. 탈당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들 쇄신파 의원들의 연이은 탈당 선언에 적잖게 놀란 분위기다.
두 사람의 탈당을 계기로 ‘탈당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여권이 본격적인 분열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당 원내지도부는 의총을 잠정 중단한 채 두 의원 설득에 들어갔다. 실제 두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일부 의원들도 ‘탈당서’를 써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