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내릴 지 모를 만원버스 타고 있는 것 같다"

24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건설-주택경기 동향 및 대응방안에 대한 토론이 핵심이었다. 국토해양부 등 정부 관계자만이 아니라 학계, 건설업계, 시민운동가, 대학생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해 각자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세제지원과 규제완화 등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공인중개사 대표자는 “서울의 월별 평균 주택 거래 건수가 1.2건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주거복지연대 이사장의 경우 “주택부분에서 공공영역의 역할이나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현재 핵심이 구입지원인데 저소득층 주거안정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임대주택도 공공부문에서만 하지 말고 민간에서 할 수 있게 관련 제도를 검토해 달라는 여러 참석자들의 건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들은 주택경기 침체 문제가 경기보다는 구조적 변화 측면에 기인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금은 가족 개념이 아닌 ‘1인1주택’ 세대가 주류인 만큼  과거부터 있던 규제제도로 주택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주택시장이 강해질 수 있도록 제도정리를 해 보자는 의견을 내놨다. 단기대책보다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연세대학교 3학년 김은진군의 얘기는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학교 주변 주거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좋은 대책이 있으면 이를 저변으로 확대시키고자 하는 연대 ‘민달팽이’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신촌의 원룸 전세가격이 7천 만원에 이른다. 학생 힘으로는 도저히 구조적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가 주거문제에 대한 한 선배의 절절한 말도 전했다. “선배 한 명은 언제 내릴 지 모르는 만원버스를 타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이 안되니까 학교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신입생은 계속 들어오는 양상을 빗댄 말이다.

주거공간은 한 정 돼 있는데 수요는 계속 늘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압박하는 답답한 현실을 드러낸 말로 보인다. 그는 그러기에 “학생들에게 임대주택은 로또”라고 했다. 임대주택을 받은 학생들의 경우 로또에 당첨됐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인구변화로 1인가구가 늘어나는 등 사회환경이 바뀌고 있음”을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주택개념이 달라진 만큼 시대에 따라 정책에 개념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택-건설시장과 관련해 단기적 처방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시대변화에 따른 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긴 안목에서 바뀐 시대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심의가 끝나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예산을 빨리 배정해서 공공사업을 조기에 발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래야 민간기업들이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법적 절차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조속히 협의해 실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