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물갈이냐, 청와대 개혁이냐’ 의견 분분
  • 한나라당 내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유증 극복을 위한 ‘쇄신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여권 전체의 대혁신에 대해선 모두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 교체를 통한 한나라당발(發) 쇄신을 먼저 할 것이냐, 청와대발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냐를 놓고 온도차가 감지된다.

    먼저 구주류를 비롯해 홍준표 대표와 대척점에 선 정파는 현 지도부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반면 현 지도부 출범에 밑바탕이 된 혁신그룹은 ‘대안부재론’을 내세워 청와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와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 원희룡 최고위원 등은 여권의 ‘새 판 짜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이 ‘지도부 총사퇴론’을 주장한 데 이어 이재오 의원이 ‘객토론’으로 힘을 보탰고, 정몽준 전 대표가 지도부 교체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대표는 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당 안에서 개혁과 쇄신을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분들이 지도부에 참여하는 게 필요한 시점으로 모든 의원과 당원들의 절대적 힘이 모아지는 그런 지도부를 구성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는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라는 제도가 있다. 그런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대선주자급이 참여하는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와 달리 혁신그룹은 당과 청와대의 자기 반성으로 국민의 닫힌 마음을 연 뒤 쇄신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출발점은 청와대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혁 성향의 한나라당 초선 의원 모임 ‘민본21’은 전날 저녁 회동에서 당-청 혁신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방안이 도출되지 않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했다는 후문이다.

    한 의원은 “굳이 분포를 따지자면 청와대의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청와대의 정책기조와 인적 쇄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현재의 당 지도부와 혁신파,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親朴)계가 ‘3각 편대’를 이뤄 당 혁신안을 도출하는 동시에 청와대의 솔직한 자기반성과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상황 개선에 있어 다른 소리를 할 경우 ‘한 판’할 각오까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이르면 이번주 내로 마련하는 ‘쇄신 카드’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정성 있는 쇄신, 열린 쇄신, 현장 속에서의 쇄신 등 ‘3대 쇄신 원칙’을 제시하면서 “수일내 천막당사 때에 버금가는 변화·쇄신안을 내놓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전 대표가 이날 고용복지 정책토론회를 시작으로 ‘정책 행보’에 적극 나선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정책 쇄신에 무게를 실은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