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민주당 만들어야"..전열 재정비 의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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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4일 대표직 사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패한 데 대해 스스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경선 표심에서 나타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민심을 보듬지 못한 제1야당의 대표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 백의종군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록 당무에서 물러나더라도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뛸 계획이라고 한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개인 손학규'로서 선거 지원에 나서면 "더 신명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이용섭 대변인이 전한 손 대표의 말이다.
그러나 측근 그룹은 물론 당 고문과 중진의원들까지 일제히 대표직 사퇴를 극구 만류하고 나서 손 대표는 공식 발표를 미룬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통합경선 이후 손 대표에게 책임론을 제기하는 의원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경선 결과에 대해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겠지만 민주당만을 겨냥한 심판이라기보다는 여야 정치권 전체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민주당 후보를 본선전에 진출시키진 못했지만 6∼7일 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이전에 통합경선을 일궈냄으로써 투표용지에 여야 간 1대1 대결구도를 일찌감치 짜낸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권주자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라디오에 출연, "사퇴하면 무책임하다"며 "야당 대표답게 약속대로 서울시장 선거에 매진하고 당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라는 정권 심판의 대목장이 선 마당에 사퇴 논란으로 전력을 분산시킬 게 아니라 전열을 재정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손 대표가 주저 없이 대표직 사퇴 카드를 던지고 "뼈저린 자기성찰과 혁신을 통해 더 큰 민주당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면서 당내에선 변화와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추진력도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변인은 "백이면 백, 한결같이 손 대표의 사퇴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손 대표의 말처럼 경선 결과를 계기로 민주당은 더 큰 민주당이 되고 민주진보진영의 큰 용광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선 의원은 "손 대표의 진정성은 누구나 주저하던 4ㆍ27 분당을(乙) 보궐선거 직접 출마로 확인된 것 아니냐"며 "훌훌 털고 일어나 국민이 민주당을 통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손 대표의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