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특수부대의 저공침투도 파악 가능…기습도발 어려워공군, 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에 수송기까지 갖추면 中도 '꼼짝마'
  • 21일 우리나라 최초의 조기경보통제기 인수식에 대통령까지 축전을 보냈다. ‘피스아이’가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있기에 이러는 걸까. 한 마디로 기존 공군력으로도 두 배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있게 해 준다.

    ‘하늘을 나는 제3의 항공통제소’

    길이 33.6m, 폭 34m, 최대 높이 12.5m, 최대 속도 853km/h. ‘피스아이’의 외형이다. 빠르지도, 크지도 않은 데다 실내마저 좁은, B-737여객기를 베이스로 한 이 ‘무난한 보통 비행기’는 전쟁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 AWACS는 이 기종을 부르는 보잉사의 상품명)다.

  • ▲ '피스아이'의 운용개념. 이를 통해 우리 공군의 전투력은 배가된다.
    ▲ '피스아이'의 운용개념. 이를 통해 우리 공군의 전투력은 배가된다.

    조기경보통제기는 ‘하늘의 지휘소’라고도 불린다. 그 이유는 동체 위에 달린 레이더와 고성능 데이터 링크 장비로 실시간 지휘도 가능하기 때문. 사람들에게 익숙한 조기경보통제기는 美공군이 사용하는 E-3C다.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E-3C 동체 위에 흰색 띠가 있는 접시 모양의 물체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은 눈에 익다. 이 돌아가는 물체가 바로 ‘레이더’다.

    조기경보통제기에 달린 레이더는 360도 방위의 표적을 감시할 수 있다. ‘피스아이’의 탐지거리는 370km라고 알려져 있지만 보통 500km로 보기도 한다. 집중감시 때는 700km까지도 감시할 수 있다. 특히 공중에 떠서 물체를 감시하기 때문에 지상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저공 침투하는 적 항공기도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경보통제기만 있으면 한반도 전역의 공중과 해상표적에 대한 집중감시가 가능해 진다. 피스아이의 레이더는 美공군 E-3처럼 돌아가는 게 아니라 긴 막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레이더의 이름은 ‘MESA(Multi-role Electri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다.

    이 MESA레이더는 단순히 탐지범위 내의 물체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레이더 투사 빈도 및 범위를 조절할 수 있어 의심이 가는 지역을 찾을 경우 탐지 거리와 주기를 높여 집중적인 감시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피스아이’는 이를 위해 B-777에 사용하는 발전기를 장착하고 있다.

    북한군 등 ‘적 도발 사전 탐지해 박살’

    조기경보통제기는 지상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하는 저고도 항적에 대한 공중감시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는 레이더는 대부분 산꼭대기에 있다. 때문에 AN-2 같은 구식 비행기로 산꼭대기보다 낮은 고도로 침투하려는 북한 특수부대는 제대로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피스아이는 공중에서 레이더를 발사하기 때문에 산악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서 그동안 지상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상당부분 보완해 준다.

  • ▲ E-737 '피스아이'에는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한 '플레어'도 장착돼 있다.
    ▲ E-737 '피스아이'에는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한 '플레어'도 장착돼 있다.

    악천후나 유사시 파괴된 지상레이더 및 지휘통제체계를 대신해 작전을 지휘․통제할 수 있다. 유사시 적 특수부대의 공격으로 우리 군 레이더 기지가 파괴될 경우 피스아이가 부서진 레이더 기지를 대신해 해당지역에 대한 방공감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지상 지휘통제체계가 마비되더라도 이를 대신해 공중에서 지휘통제시스템을 유지할 수도 있다. 피스아이는 공중생존성 보장을 위해 레이더 경보장비와 미사일 접근경보장비 등을 장착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미군과의 정보공유를 통한 연합·합동 작전 능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피스아이는 데이터링크 체계를 보유하고 있어 한반도 하늘을 통제하는 MCRC는 물론 F-15K, 해군 이지스 구축함과 감시정보를 공유한다. 미군 조기경보통제기와도 상황 공유가 가능하다. 또한 하늘 높이서 내려다보며 ‘훈수’를 둘 수 있기에, 데이터링크 기능을 보유하지 않은 부대나 전력과도 음성통신으로 정보공유 및 명령 하달이 가능하다.

  • ▲ 21일 언론에 공개된 E-737 '피스아이'와 그 격납고. 공군 제5공수전비는 E-737 도입에 맞춰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를 창설하고 격납고도 새로 지었다.
    ▲ 21일 언론에 공개된 E-737 '피스아이'와 그 격납고. 공군 제5공수전비는 E-737 도입에 맞춰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를 창설하고 격납고도 새로 지었다.

    이 때문에 피스아이는 공군 자체 방공작전 지원은 물론, 해상작전, 근접항공지원작전, 특수작전 등에 투입되어 전방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온 ‘피스아이’

    이런 우수한 점이 있음에도 조기경보통제기가 도입되기까지 30여 년이 걸렸다. 공군이 조기경보통제기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건 1980년대. 당시 공군은 ‘합동전략목표 기획서’에 처음으로 ‘E-X(차기 조기경보통제기)’사업 소요제기를 했다. 하지만 정권과 국방부는 공군의 이런 소요제기를 계속 미뤘다.

    20여 년이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 공군은 ‘자주국방’이라는 기치에 맞춰 또 한 번 소요제기를 한다. 하지만 당시 권력층은 이스라엘제 레이더 시스템을 장착한 브라질제 소형 여객기 G550을 베이스로 한 기종을 선택하려다, 시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리가 났다. 이 기종은 중남미 지역 일부 해안경비대가 사용하는 기종이다. 공군은 물론 군 전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여론에 의해 G550 기종 선정이 취소된 후 결국 정부는 2006년 11월 보잉사의 E-737 300 기종을 베이스로 하고 노드롭 그루먼사의 MESA 레이더를 탑재한 기종을 ‘E-X’ 사업 기종으로 결정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2009년 3월 우리 공군을 위한 첫 번째 E-737기가 개조를 시작한다. 1호기는 2011년 4월부터 7월까지 미국 현지에서 수락검사를 받았고, 지난 8월부터 9월까지는 국내 김해기지에서 수락검사를 받았다.  

  • ▲ 공개된 E-737 '피스아이'를 언론사와 내외빈들이 둘러보고 있다. 동체 위에 달린 기다란 막대모양이 MESA 레이더다. 앞쪽에 튀어나온 것은 각종 안테나.
    ▲ 공개된 E-737 '피스아이'를 언론사와 내외빈들이 둘러보고 있다. 동체 위에 달린 기다란 막대모양이 MESA 레이더다. 앞쪽에 튀어나온 것은 각종 안테나.

    공군도 E-767을 받아들이기 위해 2010년 10월 김해 제5공수전술비행단 산하에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를 창설한 뒤 인수 준비를 해왔다. 올해 2월에는 국민 공모를 통해 ‘피스아이(Peace Eye)’라는 이름을 얻었다. ‘피스아이’는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감시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피스아이’ 1호기는 그대로 인수했지만, 2호기부터 4호기까지는 2010년 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한국우주항공(KAI)에서 인수해 신형 E-737로 개조하고 있다고 한다. 공군은 오는 2012년 말까지 2~4호기를 차례대로 인수한 뒤 전력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군의 3대 숙원: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수송기

    한편 공군은 조기경보통제기만큼이나 바라던 사업도 곧 추진할 계획이다. 공군은 2014년부터 ‘KC-X(공중급유기)’ 사업을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기종은 美공군도 사용 중인 KC-135. 18만 리터 가량의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이 급유기만 있으면 우리 공군도 비행장 위치에 관계 없이 이어도와 독도를 마음 놓고 지킬 수 있게 된다. 항속거리가 평균 2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숙원은 지금 말도 못 꺼내고 있다. 바로 수송기 문제다. 21일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인수식을 위해 김해에 있는 제5공수전비까지 이동을 할 때 ○대의 수송기가 동원됐다. 문제는 겨우 이 정도가 우리나라 수송기 전력의 20%라는 점이다.

    수송기는 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와 함께 그 나라의 전투력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지원 장비’다. 강대국들은 이 세 종류의 항공기로 해외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킨다.

    참고로 조기경보통제기만 해도 전 세계 40여 개국 이상이 운영하고 있다. NATO는 17대의 조기경보통제기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에 다다랐음에도 이 세 종류의 항공기 도입 논의가 매우 늦은 편이다.

    그 이유는 군보다는 정치권과 여론에 있다. 국민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이 ‘전쟁’에 대해 별 관심도 없고 이해도도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국방부와 군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조직’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 ▲ 우리 군의 특수비행대(곡예비행단) '블랙이글스'도 E-737 '피스아이' 인수식을 축하하러 왔다.
    ▲ 우리 군의 특수비행대(곡예비행단) '블랙이글스'도 E-737 '피스아이' 인수식을 축하하러 왔다.

    군 또한 이들의 눈치를 본다. 수송기는 ‘화려한 전투장비’가 아닌데다 필요한 사람들이 육군이 많은지라 정치권이나 여론의 시각에서 볼 때는 중요한 게 아니다. 게다가 여객기보다 가격이 높다. 이러다 보니 공군은 수송기 소요제기를 하면 ‘밥그릇 늘리기’라는 비판을 받을까봐, 육군은 ‘또 육방부 버릇 나온다’는 비난을 들을 까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도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린다.

    실제 군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지난 20일 있었다. K-9 자주포에 들어가는 ‘사격통제 컴퓨터’가 ‘386’이라고 대부분의 언론이 떠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미군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M106 팔라딘 자주포 개량형 또한 사격통제컴퓨터가 ‘386’ 또는 그 이하라는 사실, 세계 강대국이 사격통제컴퓨터의 CPU로 ‘386’급을 쓰는 게 ‘안정성’과 사격통제에 충분한 성능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여론 주도층이라는 정치권과 언론이 이러니 우리 군도 ‘실전적인 전쟁준비’ 보다는 늘 여론 눈치나 보며, ‘최고급 전투장비’에만 눈독을 들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21일 E-737 ‘피스아이’ 인수식으로 우리나라도 조기경보통제기 운영국가가 됐다. E-737급 조기경보통제기는 2010년 호주에 이어 두 번째다. 오는 2014년부터 ‘KC-X(공중급유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단계는 수송기 전력 확충을 하는 것이 ‘국가전략’ 차원에서도 올바른 수순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