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 이뤄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2007년 10월2~4일)을 노 대통령의 `은퇴공연(swan song)'으로 묘사한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본국 보고내용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다.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10·4 선언'이 발표된 다음날인 2007년 10월 5일 자 서울발 미국 비밀외교전문에 따르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선언(10·4선언)을 정상회담에서 이룬 것에 대한 보고서로 볼 것이 아니라 노 대통령의 `은퇴공연'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10·4 선언에 나오는 "모든 조치의 이행에 정치적 승인과 실질적 재원 마련이 수반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북한에 경제적으로 너무 많은 약속을 했으며, 한국 정부가 비핵화 절차에 앞서서 한반도의 평화를 선언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중 `한반도 평화 선언' 관련 언급은 북한 비핵화에 결정적 진전이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10·4선언이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을 담고 있는데 대한 미국 측의 불만 표출로 풀이된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러나 "조속한 남북통일에 대체로 관심이 없는 한국 국민이 10·4선언에 담긴 `평화와 광범위한 대북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오히려) 현실성 있다고 보기 때문에 10·4 선언이 너무 늦게 나왔다고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적었다.

    또 정상회담 전날인 2007년 10월1일 자 서울발 전문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정상회담 합의 이행에 대한 "한국 국민의 비관적 전망은 타당하다"며 "이는 남북간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합의의 `중대성'과 (임기를 4개월여 남긴) 노 대통령의 시간적 제약과 정치적 신뢰성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김정일의 눈을 마주 보며 `북한 핵프로그램이 종식돼야 한다'고 말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버시바우 대사는 정상회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핵화 지지 천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에도 의미있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한 뒤 "우리는 그 문제(북한 비핵화)를 한국 정부의 정상회담 최우선 의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적었다.

    또 북방한계선(NLL), 비무장지대(DMZ) 초소 문제 등이 논의된다면 정상회담은 상호 합의가능한 신뢰구축 조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이들 문제는 유엔사, 주한미군과의 논의를 필요로 한다"며 "단계적 신뢰구축 절차를 장려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북한으로서는 남한과의 정상회담을 대미 관계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의 한 조치로 여길 수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