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때문에 졌다" vs "경기 내용상 완패" 팽팽
  • '60억 분의 1의 사나이'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4·러시아)가 3연패를 당했다.

    표도르(효도르)는 31일(한국시각) 미국 시카고 시어스센터 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스트라이크포스'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댄 헨더슨(40·미국)에게 1라운드 4분12초 만에 TKO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6월 파브리시우 베우둠(34·브라질)에게 패배, 자존심을 구긴 표도르는 올해 2월 안토니오 실바(31·브라질)에게 또 다시 승리를 헌납하며 은퇴 기로에 몰렸었다.

    팬들의 격려 속에 은퇴 발언을 번복한 표도르는 "신이 내게 허락한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뛰고 싶지만, 핸더슨과의 경기 결과가 자신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나선 표도르는 시작부터 상대방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체급과 나이, 경력 면에서 한 수위의 기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 표도르였기에 저돌적인 '격투황제'의 공격은 금새 헨더슨에게 치명타를 안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뜻밖의 양상이 벌어졌다. 표도르에게 잠시 밀리는 모습을 보이던 헨더슨이 카운터 펀치를 표도르의 얼굴에 적중시키면서 조금씩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헨더슨은 표도르가 클린치를 시도하자 그를 철망 쪽으로 밀어붙인 뒤 무릎으로 표도르의 하체를 공격했다. 데미지가 쌓인 표도르는 금새 피로한 기색을 보였고 헨더슨에게 맞은 오른쪽 눈가가 부어오르며 시야를 가리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클린치를 하며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던 표도르는 특유의 '격투센스'를 발휘, 헨더슨을 그라운드에 눕혔다. 그리고 이어진 얼음 파운딩. 평소 같으면 벌써 끝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는 별' 표도르의 공격은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았다. 각이 큰 표도르의 펀치를 피하며 자세를 바꾼 헨더슨은 강력한 펀치를 또 한번 그의 머리에 적중시키며 표도르의 혼을 빼 놓았다.

    결국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켰고 헨더슨의 극적인 승리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경기 직후 표도르는 "심판을 비난할 마음은 없지만 경기를 너무 일찍 중단시킨 것 같다"면서 "마지막에 펀지를 맞긴 했지만 충분히 경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은퇴 여부에 대해선 신만이 알고 계실 것"이라고 밝히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격투황제'가 3번째 패배를 당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도 충격을 받은 모습.

    이들은 저마다 "아쉽다", "효도르도 이제 끝나는구나", "은퇴 수순 밟을 듯‥",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하향세다"란 댓글을 달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표도르의 변명(?)처럼 "심판의 경기 중단이 다소 성급했다"며 "좀더 표도르에게 기회를 줬더라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헨더슨의 라이트 파운딩 한대가 들어갔을 뿐이고 그 이후 효도르가 방어할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여지는데...허브딘이 굉장히 유명한 심판인데 왜 그렇게 빨리 스탑을 외쳤는지 알 수 없다"며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심판이 오히려 잘했다"면서 "설마 심판이 말리지 않았다면 스윕해서 역전시켰을거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표도르가 탭을 치는 것도 아닌 실신 KO가 됐었다면 팬들의 충격과 회의는 더욱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