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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동료 해병 4명을 사살한 김상병 외에 정모 이병이 공범으로 체포되었으며 이 두 사병의 진술이 공개되었다. 처음에는 '기수열외'가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김상병이 기수열외 상황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두 병사는 상당한 가혹행위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병대 내부에 기수열외 라는 악습이 있는 것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 외에 해병대 내에 구타나 가혹행위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증언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김상병 사건의 원인이 기수열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니 논하지 말자는 식의 주장도 보였지만, 그것은 옳지 않은 주장이다. 그 것은 '악습을 그냥 덮자'는 의미로, 매우 무책임한 언행이라 생각된다.
만에 하나, 총을 쏜 김상병의 주장은 못 믿는다해도 총을 쏘지 않은 정이병의 증언은 신뢰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는 실제로 가혹행위를 겪었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정 이병의 증언에 따르면 부대내 선임병들은 그를 아무런 이유 없이 상황실에 앉혀놓고 장시간 일어나지 못하게 했고 안티프라민을 목이나 얼굴에 바르고 씻지 못하게 했으며, 기독교 신자이자 신학대 출신인 정 이병의 성경책을 불태우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다리에 테이프를 붙여 털을 강제로 뽑았으며, 기독교 신자인 정 이병이 흡연을 거부하자 선임병들은 그의 팔을 담배불로 세차례 지졌고, 성기를 태워버리겠다며 정 이병의 바지 지퍼 부분에 에프킬라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일들은 해병대 외 다른 군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가혹행위다.
게다가 지난 3월 해병대 사령부와 해병 1,2사단에 대한 1주일간의 감사 결과 구타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병사가 94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 감사에서 저 정도 드러났다면 기간을 좀 길게 잡고 철저하게 감사하면 더 많은 숫자가 드러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번 총기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에 외박나간 해병대 2사단 장병이 자살한 일도 있었다. 자살한 해병 역시 겪었다고 밝힌 가혹행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
* 선임이 양발/양손을 잡아서 못 움직이게 한 다음에 쇄골을 눌렀다.
* 선임병이 매일 담배와 간식을 사도록 강요하는 등 경제적 부담을 주고, 옷 벗기 게임 등 모욕적인 행동을 강요했다.
* 옷벗기 게임을 한 경우 찬물을 받아놓고 거기에 옷을 다 벗긴 다음에 들어갈 것을 강요했다.
* 그의 체크카드, 공중전화 카드를 선임들이 뺏어 썼으며 자살한 해병의 체크카드로 20일 동안 PX에 무려 14만 7천원이 결제되었다.
총을 쏜 장병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해병대 내에서 구타나 기수열외 같은 악습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악습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것은 분명해보인다. 인터넷에는 기수열외를 겪었다는 해병대원의 글도 올라와 있는데, 내용을 보면 이건 단순한 따돌림이 아니라 24시간 괴롭히는 수준이다. 그 외에 다른 해병들이 겪었다는 일도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태반이다.
작년 한 해병대 부대에서는 휴가 때 성매수를 하고자 동료 부대원끼리 '성매매 계'가 만들어졌다. 당시 여자친구가 있던 장병은 이 계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것 대문에 다른 장병들이 그를 기수열외 대상으로 지목, 선임-후임 할 것잆이그를 비웃고 욕설을 했다고 한다. 또한 구타와 내무 부조리를 개선하려고 한 부사관도 기수열외 대상으로 지목되어 따돌림과 욕설, 반말 등의 수모를 겪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어떤 이는 해병대의 악과 깡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구타/가혹행위는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에 소개된 내용은 "어느 정도"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엽기적인 수준이다. 또한 악과 깡은 훈련을 통해서 얻는 것이지, 내무생활을 통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내무생활을 통해서는 전우애를 얻어야 한다.
해병대는 주임무가 상륙작전이고, 상륙전 자체가 '배수진'이기 때문에 타군에 비해 악과 깡이 더 강해야 한다. 하지만 악과 깡만 가지고 배수진을 치는 것은 위험하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지켜주는 돈독한 전우애가 있어야 비로소 배수진을 치고 승리할 수 있다. 지금 회자되는 구타와 가혹행위 기수열외 등의 문제는 깡패들이나 하는 짓이며 되려 전우애를 저해하는 위험요소일 뿐이다.
군대는 폭력을 관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구타나 가혹행위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렇게 때문에 지휘부는 구타/가혹행위 근절에 대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 필자는 해병대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육군의 경우에는 구타사고가 크게 나면 해당 소대 혹은 중대를 해체하는 극약처방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 끝에 예전에 비해 구타는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해병대의 노력은 어떤 것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해병대가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해병대 사령부가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에 열의를 보이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대의 전통이라 할지라도 구타 등의 악습을 철저히 도려내겠다고 선언했는데 사령관이 솔선해서 해병대 병영문화를 바꾸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한민국 최강의 전투부대인 해병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문화는 변해야 한다. 반드시.
앞서간 해병대 선배들이 지켜온 빨간 명찰을 위해서 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