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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시즌이다. ‘무더위에는 정치권도 예외 없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여야 지도부 그리고 대권 잠룡들은 길어야 일주일 남짓한 휴가도 남들과는 다르게 보낸다.
유례없이 치열한 지지율 싸움을 시작한 이들 정치 거물들은 저마다 내년에 맞이할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민생탐방과 정책연구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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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손학규 민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전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자료사진
◇ 박근혜는 지금 ‘열공 중’
지지율 No.1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별도의 휴가 일정 없이 ‘방콕 생활(방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않음)’을 하기로 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이번 여름은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집에서 지내려 한다”고 했다. “여러분 중에 여러 사정으로 휴가를 못 떠나는 분이 있더라도 휴식을 통해 건강을 챙기시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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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테니스를 치는 모습 ⓒ 박근혜 미니홈피
말은 칩거지만, 마음은 바쁘다.
이미 자신의 대권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을 중심으로 각계 전문가들을 방문하는 등 내공 쌓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그는 매년 여름휴가 기간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며 여러 구상을 해왔지만 올해에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책 가다듬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은 "지금도 굉장히 정책에 몰두하고 있으며 휴가 기간중 강도가 더 세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도 18개 분과별 정책과제와 관련해 "분야별 과제를 정리하는 작업이 80% 정도 마무리됐고 이제 20%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
9월 정기국회에 펼쳐보일 ‘박근혜 정책’의 준비 기간인 셈이다.
◇ 정몽준, ‘출판준비’중...김문수, ‘지방 민심탐방’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자신의 대권 정책을 담은 출판 준비로 분주하다.
정 전 대표도 정기국회를 즈음한 9월 초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정책 등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과 외국 석학과의 대담집을 발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싱크탱크인 '해밀을 찾는 소망'이 9월 2차 정책 발표회를 준비하고 자신만의 대권 콘셉트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이슈로 떠오른 다른 대권 주자들과의 연대 문제도 고민이다.
정 전 대표 한 측근은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복지론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을 완성시키고 양극화 현상 극복, 일자리 창출 문제 등에 대한 정책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뿐 아니라 다른 여타의 모든 문제들도 이번 휴가를 통해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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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김문수 경기지사가 여름휴가를 이용해 아내와 함께 장모의 묘를 찾았다. ⓒ 김문수 트위터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결혼한 자신의 딸과 사위를 대동해 전남 순천 처가로 휴가를 떠났다.
수행원도 없이 직접 차를 몰고 가족 여행을 떠난 김 지사의 휴가 기간은 24일부터 31일까지 7일간.
휴가 동안 김 지사는 전남 순천과 본가인 경북영천, 경남지역을 찾아 민생탐방을 벌일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은 채 가족들만 데리고 현지에서 민박을 하면서 생생한 민심을 접한다는 게 김 지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도 가족들과 함께 ‘민심탐방’에 나서기도 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얼굴 한번 뵌 적 없는 장모님 산소를 찾는다. 천주교공원묘지라 올 때마다 헤맨다. 추억조각을 모자이크하며 애써 태연해 하는 아내가슴에 벌써 딸사위 걱정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 손학규-오세훈, 휴가반납
야권 지지율 1위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휴가 대신 ‘지방 대장정’을 준비했다.
손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희망대장정’을 통해 지방 곳곳을 찾아 세금급식, 반값등록금 등 서민정책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대한 고민과 서울시 세금급식 주민투표도 그가 이번 휴가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자신의 중도적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이슈 아이템을 구상하는 것도 민생행보의 또다른 목표다. 특히 손 대표는 민주당 대표이면서도 호남 지지율이 미진하다는 단점 극복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급식 주민투표 때문에 정신이 없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예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시시각각 공세를 쏟아 붓는 야권에 대응하느라 실시간 업무 보고와 함께 하루에도 몇 번씩 간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기한 법적대응에도 신경을 써야하고 관건인 투표율 독려를 위한 방안 강구도 고민 중이다.
서울시 조은희 정무부시장은 “이미 나에게는 8월 24일(주민투표 예상일) 이후의 달력은 없다. 오 시장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