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사건, 또 어물쩍 넘어가나?

                                                         양   동   안

      지난 6월 중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변호사가와 대검찰청 중수부장으로서 노무현씨의 수뢰혐의를 수사했던 이인규 변호사 간에 노씨의 수뢰혐의 증거 존재 여부를 둘러싼 설전이 전개됨으로써 노무현씨의 자살과 연관된 그의 수뢰혐의가 다시 세인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당시 문재인씨는 자서전에서 노씨에게 돈을 주었다는 태광실업회장 박연차씨의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도 없이 검찰이 노씨를 수뢰혐의로 소환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에 대해 이인규씨는 “증거 없이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수 있었겠는가”, “15시간에 걸친 조사가 전부 영상으로 녹화돼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다큐멘터리를 틀 듯 다 틀었으면 좋겠다”, “무수한 증거가 수사기록에 남아있으니 (문이사장 측이)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수사기록을 공개하면 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진실은 숨길 수 없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이씨 간의 설전이 전개되자 노무현 옹호세력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이인규씨를 매도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씨를 ‘역사에 죄를 지은 사람’으로 매도하면서, “이인규씨의 무례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수사비화를 들먹이며 고인을 또 한 번 욕보이고 있다”, “역사적 심판의 그날까지 자중하라”,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 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씨를 숭배하는 사람들의 정당인 국민참여당은 이인규씨를 향해 “더 이상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욱박질렀다. 노씨 밑에서 청와대홍보비서관을 지낸 양정철씨는 “국민제보를 받아서 이인규씨의 인생을 타큐멘터리로 만들어볼까”라고 협박했다.

      그러한 세태를 보면서 필자는 노무현씨의 수뢰혐의 증거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또다시 밝혀지지 않은 채 넘어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6월 20일 ‘진실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정론공방』 블로그에 올렸다. 그 글에서 필자는 ‘진실은 숨길 수 없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이인규씨의 생각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며 대부분의 경우 진실은 누군가가 그것을 밝히려는 적극적이고 끈질긴 노력을 하지 않으면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필자는 그 글을 쓰면서 노무현씨의 수뢰혐의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이인규씨나 검찰이 그에 관한 진실을 말해주거나, 아니면 언론기관이나 국회의원들이 노무현씨의 수뢰혐의 증거 존재 여부를 적극적으로 추적하여 국민에게 알려주기를 기대했다. 그 글을 발표한지 오늘로 만 1개월이 지났다. 그 1개월 동안에 이인규씨도 검찰도 노무현씨의 수뢰혐의 증거 존재 여부에 대해 침묵했다. 언론매체나 국회의원들도 그에 관한 진실을 밝히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노무현씨의 수뢰혐의 증거 존재 여부는 이번에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가는 것 같다. 진실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과 연관된 그의 수뢰혐의는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국가적 중대 사안이다. 그의 수뢰혐의 증거가 없었다면 검찰이든지 이인규씨든지 ‘없었다’고 분명히 밝혀서 그의 누명을 벗겨주어야 할 것이다. 수뢰혐의 증거가 있었다면 그것을 사실대로 밝혀서 국민을 헷갈리게 하지 말아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또 그 사건이 어물쩍 넘어가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현직 경찰청장 조현오씨는 경찰청장으로 승진하기 전인 지난해 3월 경찰관들을 상대로 실시한 강연에서 ‘노무현씨가 자살한 것은 검찰수사에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며, 정치권에서 노씨 수사에 관한 특검을 실시하려 하니까 노씨의 부인 권양숙씨가 민주당에 얘기해서 특검을 못하게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국가의 정보에 정통한 경찰의 최고위 간부가 이런 발언을 했을 정도이면, 그리고 그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가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되기는커녕 경찰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노무현씨의 수뢰혐의 증거 존재 여부를 밝히지 않으려는 야합적 묵계가 이 나라 정치권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만약 정치권에 그러한 야합적 묵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다. 진심으로 국민을 주권자로 생각하는 정치인이나 언론매체가 있다면 이처럼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그러한 묵계를 타파하고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전개해주기 바란다. 정치인이나 언론매체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애국적 민주시민들이라도 단체를 만들어서 이 문제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집단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