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관 및 시민들 ‘희망버스 반대’ 공식입장 밝혀좌파 진영 ‘3차 희망버스, 한 달 내 준비’ 밝혀손학규 대표 등 야당 의원․좌파 단체들 ‘희망버스’ 지지
  • 지난 9일과 10일 사이 부산 시내를 ‘난장판’으로 만든 ‘희망버스’ 세력들이 ‘오는 30일 3차 희망버스를 조직해 한진중공업을 찾겠다’고 밝히자 부산 시민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부산 영도구 11개 동 주민자치위원장들은 지난 13일 ‘희망버스 이제 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혔다. 한 주민자치위원장의 발의로 12일 오후 7시 영도구청에 모인 11개동 자치위원장들은 두 시간 동안 회의를 거쳐 반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지난 9~10일 열린 2차 희망 버스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며 “3차 희망 버스 행사가 영도구에서 열리는 것을 반대하고 행사를 강행할 경우 (주민들이 직접 나서)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또한 “그동안 희망버스로 인해 도로점거, 고성방가, 무단방뇨,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방치 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며 “3차 희망버스가 영도에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6개월 이상 지속된 한진중공업 사태로 주민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참아오다 지난달 27일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복귀를 선언해 마음을 놓았다. 이 문제는 노사 자율로 남은 갈등을 해결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반 주민들도 반대 의견이 많다. 지난 10일 2차 희망버스 시위대 때문에 가게 셔터가 부서진 지역상인 박 모(44) 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에게 욕을 하며 가게 셔터를 밀고 들어오면서 놀란 아내가 병원에 실려 갔었다"며 "참가자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갔지만 여기 사람들은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 영도구의회도 13일 성명서를 내고 “특정 정당과 시민단체 등이 한진중공업 사태를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노사 문제는 노사 자율교섭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희망버스 방문에 반대했다.

    한진중공업 노사 또한 13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노사합의를 무시하는 노동단체 및 일부 정치권 등 외부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의 주요 기관장들도 13일 부산시청 기자실에서 영도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허남식 부산 시장, 제종모 부산시 의회 의장, 어윤태 영도구청장, 장화익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 등은 “노사가 이미 합의한 마당에 3자가 억지로 개입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3차 희망버스가 부산에 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남식 시장은 “희망버스로 인해 지역 사회의 혼란과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일단 노사가 합의한 만큼 노사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화익 부산고용노동청장은 “현 경제상황에 불만을 품은 참가자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문제는 중앙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한진중공업 근로자와 협력업체가 일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고 희망버스 방문 중단을 촉구했다.

    ‘희망버스’를 조직 중인 단체들은 이 같은 부산 시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13일 회의를 열어 ‘오는 30일 3차 희망의 버스 방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희망버스’ 조직을 이끌고 있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측은 이날 “3차 희망버스를 오는 30일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이 크레인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집결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3차 희망버스를 30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김진숙 지도위원과의 만남을 원하는 ‘시민들’이 많고,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영도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3차 희망버스는 버스뿐만 아니라 휴가철임을 고려해 기차, 비행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인들도 희망버스에 ‘숟가락’을 얹기 시작했다. 2차 희망버스에 정동영 의원과 민노당, 진보신당 관계자들이 참여한 데 이어 14일에는 민주당도 본격적으로 한진중공업 상황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손학규 대표는 14일 오후 한진중공업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민주당 정동영·홍영표·문학진 의원과 민노당 권영길·홍희덕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상임고문 등은 14일 오전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을 찾아가 “한진중공업 상황은 노동과 인권의 문제인 만큼 고용노동부 장관이 책임 있게 대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6월 27일 6개월 간의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끝내고 노사가 합의했다. 7월 4일에는 회사 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도 가졌다. 정리해고 대신 희망퇴직을 받아들인 근로자들은 22개월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받은 후 대부분 다른 조선업체에 취업한 상태다. 당초 정리해고 대상자였던 400여 명 중 희망퇴직자는 300여 명이며 정리해고된 이는 100여 명이다. 남은 조합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지난 10일 ‘3차 희망버스는 1,850대의 버스를 모아 온다고 하더라’는 소문이 돌자 크게 불안해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