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영국 위성방송 인수 걸림돌 제거 차원"
  •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7일(현지시간) 휴대전화 도청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영국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를 전격 폐간하기로 한 배경을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이 신문의 불법 비도덕 행위에 대해 들끓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되지만, 영국 내 최대 발행 부수와 168년 전통을 자랑하는 신문사의 문을 닫는 데는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의 지분을 인수하려는 계획에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머독의 `계산된 행동'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재 머독은 스카이의 지분 39.1%를 소유하고 있으며 122억 달러에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스카이를 인수하는 것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그러나 해킹 파문이 확산하자 영국 내에서는 머독의 스카이 인수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의 최종 결정도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런던 시티대학의 조지 브록(언론학) 교수는 "스카이 인수를 끝내려고 뉴스오브더월드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해킹 파문의 불똥이 머독뿐 아니라 정계 등으로까지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인으로 재직 당시 후배 기자들에게 해킹을 독려했다는 비난을 받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전 공보책임자 앤디 쿨슨의 체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그가 체포되면 쿨슨을 기용한 캐머런 총리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NYT는 예상했다.

    NYT는 또 뉴스오브더월드의 폐간이 자매지인 일간 더 선의 일요판을 발행하기 위한 구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오브더월드의 위상은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해 광고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폐간하고, 브랜드를 재정비해 일요신문 시장에서 수익성을 지켜나가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뉴스인터내셔널은 일요판 발행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으나, 머독의 한 지인은 "뉴스오브더월드는 6개월 정도 후에 일간 더 선의 일요판으로 다시 발행될 것이며 종사자들도 그 신문에 다시 고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머독이 `폐간 카드'를 꺼낸 것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전 편집 책임자 레베카 브룩스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뉴스오브더월드의 한 보도국 기자는 "머독이 한 여성(브룩스)을 구하려고 신문을 희생시켰다"고 주장했다.

    브룩스는 유명 인사 도청 사건 발생 당시 편집 책임자로 있었으며 현재 뉴스오브더월드를 발행하는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머독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머독은 지난 6일 최근 휴대전화 도청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면서 브룩스를 사퇴시킬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