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한 영어, 빼어난 외모, 기품있는 매너까지 3박자 고루 갖춰 트위터 등 SNS에 "멋지다. 반했다" 반응 쏟아져
  • ▲ 나승연 유치위원회 대변인 ⓒ 연합뉴스
    ▲ 나승연 유치위원회 대변인 ⓒ 연합뉴스

    더반에는 김연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모으게 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더반의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유치위 나승연(38·테레사 라) 대변인이다.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 평창 유치위의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지켜본 국민들과 네티즌들은 그녀의 당당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은 발표에 마음을 빼앗겼다.

    물 흐르듯 유창한 영어에 지적인 외모, 완벽한 매너까지 3박자를 갖춘 나 대변인의 모습은 국내는 물론 방송을 지켜본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방송을 지켜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 네티즌들은 나 대변인의 프레젠테이션 모습을 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글을 올리면서 “더반의 신데렐라”,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완벽한 프레젠테이션”, “빼어난 외모에 유창한 영어실력까지 정말 매력적이다”, “같은 여성으로 정말 멋지다. 닮고 싶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직후 나 대변인의 이름은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외교관인 아버지(나원찬 전 주멕시코대사)를 따라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나 대변인은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다. 이화여대 불문학과를 나온 그녀는 외국어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겠다는 꿈을 찾아 1996년 공채 1기로 아리랑TV에 입사했다.

    이후 4년여 동안 방송기자 겸 앵커로 활동하면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퀴즈프로그램 ‘퀴즈 챔피언’ 등을 진행했다.

    뛰어난 외국어 실력에 국제적 감각과 매너를 고루 갖춘 나 대변인은 여수엑스포유치위원회에 영입돼 엑스포 유치활동에 참여하고 이어서 장재룡 전 사무총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나 대변인은 유치위원회에서 외신기자 인터뷰지원은 물론 직접 프레젠테이션에도 참여하면서 해외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평창을 알려왔다.

    나 대변인은 해외 언론에 평창이 겪은 두 차례의 쓰디쓴 실패를 오히려 평창만이 가진 특장점으로 부각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 두 차례의 준비를 통해 세계 어느 곳보다도 준비된 후보지라는 점을 적극 강조한 것이다.

    이미 평창은 알펜시아 리조트를 중심으로 13개 경기장 가운데 7개 경기장이 완성돼 있다. 시설들이 콤팩트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숙소와 운동시설이 밀집해 있어 선수의 80퍼센트가 5~10분이면 숙소에서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다.

  • ▲ 나승연 유치위원회 대변인 ⓒ 연합뉴스

    유치위 대변인으로서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 IOC 규정상 실사위원을 제외한 IOC 위원들은 현지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게 돼 있다. 때문에 많은 IOC 위원이 평창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됐다. 한국에 대해서도 20여년 전인 1988년 올림픽 때의 기억만을 갖고 있는 위원들이 많았다.
    나 대변인은 많은 IOC위원들에게 평창이 가진 장점을 직접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었다고 말했다. 

    천안함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안보위기는 유치위와 나 대변인이 풀어야 할 어려운 난제였다. 그러나 나 대변인은 방어적 해명대신 적극적인 돌파를 택했다. 이런 상태로 60년을 보냈고 88올림픽과 월드컵, G20회담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해외 언론과 IOC위원들이 가진 불안감을 씻어냈다. 

    아시아에서의 유치 당위성도 강조했다. 지금까지 열린 21차례의 동계올림픽 중 단 두 차례만, 그것도 일본에서만 열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우리나라의 스키 및 스노보드 인구가 매년 10%씩 느는 등 동계스포츠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곁들였다.

    경쟁후보들이 제기한 평창의 기온이나 강설량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실증 데이터를 근거로 칼날을 비켜갔다. 참고로 평창의 지난 10년간 겨울철 평균기온(섭씨 영하 4도)과 강설량(평균 38cm)은 대회를 유치하기에 충분했다. 500대에 이르는 인공설 제조장비도 평창의 강점으로 꼽힌다.

    나 대변인은 지난 2월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사단이 도착한 날 평창에는 백년만의 폭설이 내렸이어요. 그러나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평창의 모든 주민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와 쌓인 눈을 치우고 실사단을 환영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