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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신도시 A 아파트는 최근 경비 인력을 대폭 줄였다.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당초 무인시스템 도입에 큰돈이 들어간다는 말에 반대했던 주민들도 이후 인력 감축에 따른 관리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말에 대부분 동의했다.
A 아파트의 계산은 이렇다. 아파트 현관마다 카드키로 열리는 출입문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총 1억5천만원. 대신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면 현재 17명인 경비원 수를 10명 이하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월 90만원을 받는 경비원 7명을 줄이게 되면 월 560만원씩 지출을 아낄 수 있다. 1년이면 6620만원이고 2년만 지나면 출입문 설치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A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내년에 또 오를 것이 예상되는 최저임금 때문이다. 현행 4320원에서 5410원으로 올리겠다는 노동계의 요구에 덜컥 겁이 났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저임금이)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올해 최소 4,000원대 후반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신문기사를 봤다”며 “최저임금이 20%가량 오르게 되면 관리비를 부득이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주민들의 불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논란으로 노동계가 시끄럽다.
노동계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고, 사용자들은 여전히 ‘터무니없다’고 몸을 빼고 있다. “양측의 원만한 협상을 위해 나서겠다”며 조정자로 나선 정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결국 1일 새벽 최저임금을 두고 협상을 벌이던 노동계와 경영계는 양측 위원들이 동반 사퇴하면서 파국의 끝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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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29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9차 전원회의가 열린 모습ⓒ연합뉴스
◇ 법정시한 넘긴 밤샘협상 ‘무위’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 5명과 사용자 위원 9명이 1일 새벽 회의에서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 9명과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 4명은 지난달 29일 사용자의 소폭 인상안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한 뒤 후속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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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시간당 5410원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한 여학생이 참가하고 있다. ⓒ 뉴데일리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법정 시한을 넘긴 가운데 30일 오후 4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어 1일 오전 5시까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면서 밤샘 협상을 벌였다.
공익위원들은 최종 조정안으로 올해(시급 4천320원)보다 260∼300원 오른 4천580∼4천620원의 구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근로자 위원은 올해보다 460원(10.6%) 오른 4천780원, 사용자 위원은 135원(3.1%) 오른 4천455원을 고수했다.
노사 양측이 325원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앞서 1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4천320원)보다 1천90원(25.2%) 높은 5천41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영계는 동결로 맞섰다.
이후 지난달 24일 제7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1천원(23.1%) 인상한 5천320원, 경영계는 30원(0.7%) 오른 4천350원의 수정안을 내놨다.
양측은 공익위원의 조정안을 바탕으로 마지막 협상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저임금 산정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연례행사처럼 굳어졌지만, 위원들이 동반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위원회 역할과 최저임금 적정성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위원들은 정부가 선임하기 때문에 사퇴의사를 표명하더라도 바로 사퇴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익, 근로자, 사용자 위원들이 다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