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과 복지확충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디자인 서울과 고질적 문제 하나씩 해결해 나가
  •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서울시 민선 4기 시장으로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가 제시한 시정운영의 패러다임 변화, 창의 시정 등에서 오 시장의 이 같은 의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120 다산콜, 시민을 고객으로…

    서울시민이 민원이 생기면? 120 다산콜센터가 생기기 전 서울시의 민원 전화는 복잡한 전화번호 체계, 긴 대기시간, 연결 후에도 바로 처리가 어렵기로 악명(?)이 높았다.

    워낙 많은 민원을 처리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민원인들이 자치구청보다는 서울시 본청으로 전화를 거는 경향도 이런 악명을 쌓는데 한몫했다.

  • ▲ 120 다산콜센터에서 외국어상담팀 직원들 ⓒ 연합뉴스
    ▲ 120 다산콜센터에서 외국어상담팀 직원들 ⓒ 연합뉴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 시장은 하나의 통합민원 전화번호 120 다산콜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우선 전화 건 사람의 진을 빠지게 하는 초반부 기계음을 바꾸고, 무조건 15초 내에 사람 목소리가 나오도록 했다. 업무에 바쁜 직원들 대신 민원상담을 전담하는 부서를 조직하고 인력도 별도로 뽑아서 전화응대 노하우를 교육시켰다.

    특히 120 상담원들은 어떤 상황과 질문에도 신속하게 답변이 가능하도록 강도 높은 교육을 시켰다. 지금도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은 신규 채용 당시 240시간, 그리고 해마다 144시간씩 서울시 시정에 관해 수업을 받고 있다.

    120 다산콜센터는 2007년 1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해 같은 해 9월 12일 정식 오픈하여 일평균 3만건 이상의 전화상담을 해오고 있다. 처음 시작된 2007년에는 85만건의 상담 실적에서 2010년 5월말까지 총 1천679만건의 누적 상담 실적을 쌓았다.

    서울시의 이런 노력은 주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120 다산콜센터는 대한민국 서비스 만족대상 공공서비스(종합민원) 부문 대상, 고객감동경영대상(한국소비자포럼), 아웃소싱타임즈 선정 고객만족대상 등 각종 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콜센터 IT 서비스관리시스템 국제인증(ISO 20000), 서비스분야 국가표준(KS) 1호로 인증되기도 했다.

    120 다산콜센터를 벤치마킹하려는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테스코, 현대캐피탈, 행정안전부, 경북도청, 러시아 모스코바, 중국의 광서성 등 국내외 500개 기관 단체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120 다산콜센터’를 방문했고, 계속 밀려드는 방문으로 최근에는 아예 매주 운영 노하우를 소개하는 ‘120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서울형 그물망복지

    민선 4기 이후 서울시 복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오 시장이 내세운 ‘서울형 그물망복지’는 금전지원 위주의 복지를 자립·자활 위주의 복지로 바꿨다.

    복지의 대상과 영역이 촘촘한 씨줄과 날줄로 그물망처럼 엮여 복지의 혜택이 사각지대 없이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정책의 장점이라고 서울시는 자평한다.

    예를 들면 이자를 두 배로 불려줘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는 ‘희망플러스통장’, 아이들의 교육자금 마련을 위한 ‘꿈나래통장’, 보육서비스의 질은 높이고 보육료는 낮춘 ‘서울형 어린이집’, 생활전반에서 여성을 배려하는 ‘여행(女幸)프로젝트’ 등 다양한 그물망복지정책들이 위기에 빠진 서울시민들이 자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여행프로젝트’와 ‘희망플러스통장’은 2010년 6월, 공공행정분야에서 최고 권위 UN공공행정상 대상과 우수상을 받는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형 그물망복지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3월에는 ‘민·관 광역복지 네트워크 협약’을 통해 서울형 그물망복지에 민간기관이 대거 가세했고 이런 움직임은 취약서민들에 대한 복지 네트워크를 한층 촘촘하게 만들고 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 약정행사에서 신규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 약정행사에서 신규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집은 사는 것(Not Buy Just Live), 장기전세주택(Shift)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택 정책에 대한 개념 변화에도 집중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통해 서울시 주택 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 했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직접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 자료사진
    ▲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통해 서울시 주택 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 했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직접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 자료사진

    ‘거주’의 개념보다는 ‘투기’의 개념이 강한 주택시장을 바꿔여 한다는 생각이다. 집 없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에 일생을 바쳐야만 하는 구조에서는 서울의 경쟁력도 높일 수 없다는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것이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다.

    서울시는 전세보증금을 시중 전세가의 55%~80%로 낮추고, 전세금 걱정 없이 최장 20년까지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시프트를 디자인했다.

    중요한 것은 일반분양 아파트와 경쟁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주택 품질에, 평형도 30~40평대 중형 평형까지 다양하게 지음으로써 기존 임대 주택과 차별을 뒀다.

    또 출퇴근이 편리하도록 역세권을 중심으로 짓는 한편, 소셜믹스(socialmix) 방식을 적용해 임대아파트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였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2007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총 1만2010호의 시프트를 공급했다. 덕분에 청약 때마다 경쟁률로 점점 치열해지며 시프트는 이제 무주택 서민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2009년엔 시프트가 ‘유엔 해비타트(UN-HABITAT)’가 선정하는 특별대상을 수상했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류 거주분야의 상이다.

    서울을 디자인하다, 디자인 서울

    민선4기 4년 동안, ‘맑고 매력 있는 서울’을 만들어 온 중요한 수단은 디자인과 문화였다.

    디자인은 서울이 갖고 있는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매력적인 선진 도시로 바꾸어 나가기 위한 시정운영의 원칙이었다.

    서울시는 2008년 세계디자인수도(WDC) 시범도시였던 토리노로부터 정식으로 ‘세계디자인수도’ 타이틀을 인계받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서울시가 디자인수도로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웬 디자인 타령’이냐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여기서부터 오 시장의 ‘뚝심’이 시작됐다. 21세기에는 디자인이야말로 우리가 먹고 살 길이자, 도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통해 서울시 주택 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 했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직접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 자료사진

    디자인 서울의 입소문은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먼저 퍼지기 시작했다. 2010년 2월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서울, 디자인의 해를 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범한 외관을 지녔던 서울이 디자인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대표 도시처럼 디자인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호평했다.

    뉴욕타임스도 2010년 1월 “도쿄는 잊어라. 디자인 마니아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하드웨어의 디자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 디자인과 서비스 디자인 등 소프트웨어 디자인도 포함된다.

    시스템 디자인의 대표적 예로 행정문화 개편이 있다.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 놓은 ‘창의시정’을 통해 공공조직의 시스템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도 오 시장의 디자인 서울의 한 부분이다.

    공직자 청렴도 상승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 시장은 2007년 ‘시정 청렴도 개선대책’을 마련, ‘부패제로 서울시’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한 건의 비리라도 적발될 경우 즉시 해임·퇴출시키고 시·투자·출연기관 취업도 영구히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또 부서별·개인별 성과목표에 청렴도를 연계, 성과 평정점에 10%를 반영하여 승진·전보 등 인사에 적극 반영하도록 했다.

    그 결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2008년과 2010년 16개 광역시·도 청렴도 평가에서 서울시가 1위를 차지했다.

    장기 미해결 시정현안의 해결

    민선2기부터 추진된 담배소비세와 종합토지세의 세목교환추진을 마무리 지은 것도 오 시장의 공이었다.

    자치구 재정자립도 확충을 위한 이 정책은 그동안 국회에서의 논의 난항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통해 서울시 주택 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 했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직접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 자료사진

    이에 따라 오 시장은 연간 2100억 정도의 별도 재원을 마련해 예산이 줄어드는 구에 재산세 감소액 중 일부(’08년 60%, ’09년 40%, ’10년 20%)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오 시장이 직접 국회위원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이 이어졌고 결국 2007년 7월 3일 1년 가까이 공들인 재산세 공동과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각 자치구 재산세의 일부(’08년 40%, ’09년 45%, ’10년 50%)를 서울시가 일괄적으로 거둬 모든 자치구에 균등하게 나눠주는 재산세 공동과세 제도가 시작됐다.

    2001년 화장장으로 선정된 이후 주민 반대와 법적 분쟁으로 표류하던 원지동 추모공원 사업도 결론을 이끌어냈다.

    오 시장은 2007년 4월, 원지동 추모공원 설립을 반대하는 서초구민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냈던 소송에서 승소를 받은 직후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화장시설의 지하화와 국립의료원유치 등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2010년 2월 결국 첫 삽을 뜨게 됐다.

    첫 발표에서 착공까지 무려 10년이 걸린 원지동 추모공원은 2011년 말 완공예정에 있다.

    오 시장과 주민들과의 끝없는 대화는 계속됐다. 민선 4기 동안 오 시장이 가진 주민과의 대화는 무려 450여회 차례.

    이를 통해 서울시는 양천구 자원회수시설을 시작으로 2007년 5월 강남자원회수시설, 2007년 7월 노원자원회수시설이 다른 지역 쓰레기 반입을 시작하는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2005년 건설당시 중구·용산구와 함께 공동이용을 해온 마포자원회수시설도 2008년 12월 종로구·서대문구와 추가 공동이용으로 합의한 것도 민선4기의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