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정비->발전->다듬기, 다음 과제는?근본적 독립성 강조돼야 진정한 지방자치
  • “20년을 달려왔다. 다음은 100년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년 전보다 지금의 지방자치는 실패와 부작용을 극복하며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점이다.

    한 두가지 업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지만, 총체적으로 서울시 지방자치 20년을 돌아보면 지방자치 도입기->정비기->발전기->다듬기 식으로 이어져왔다고 볼 수 있다.

  • ▲ 역대 민선 서울시장. 왼쪽부터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 뉴데일리
    ▲ 역대 민선 서울시장. 왼쪽부터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 뉴데일리

    ◇ 민선1기, 지방자치의 뿌리를 내리다

    민선 1기 조순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라는 개념을 서울시에 도입한 장본인이다. 부총리까지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됨으로써 이전 관선 시장과는 그 위상에서 확실한 차이를 뒀고 그 위상이 지방자치를 안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민선 1기의 서울시는 그동안 산재했던 문제점을 하나하나 들춰내 풀어가는 시기가 됐다. 물론 그 주체는 중앙정부의 지시가 아닌 서울시였다.

    서울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기 위해 공식 휘장을 만들고 신청사라는 상징적인 역사를 써내려갔다.

    과거 중앙집권시대의 법, 제도,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법령정비추진단’을 구성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서울만의 ‘법’과 ‘규율’을 정비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 민선2기, 행정 시스템을 만들다

    민선 1기가 부활한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적인 변화가 시도된 시기라고 한다면 민선 2기는 변화된 제도를 가지고 시민에게 다가가는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중앙부처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한 고건 시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장으로 다가가는 민원 시스템은 주민들이 직면해있는 민원을 해결해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비위와 비리로 이어지는 고리였던 폐쇄적인 민원처리방식이 타파됨으로써 ‘내가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확산, 시민들의 주인의식으로 발전되는 효과를 얻었다.

    실제로 고 시장은 ‘2001 세계청렴인상’을 수상했고 2001년 8월 TIME지에 ‘깨끗한 정부를 만드는 비결’로 소개되기도 했다.

    ◇ 민선3기, 먹고 살 거리를 만들다

    대기업 CEO출신의 이명박 서울시장이 이룬 업적이다. 서울이라고 하면 600년 도읍, 4대문과 거기에 딸린 문화재만 생각했던 것에서 한강과 청계천, 남산 등을 개발해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민선 1,2기에서 쌓였던 빚을 갚고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월드컵 이후 이 콘셉트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서울이라는 브랜드 위상이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이 시점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 민선4기, 복지와 소프트웨어 개발

    시민운동을 했던 오세훈 시장 시절은 발전된 서울시 역사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부분을 연마한 시기다.

    지방자치 안착과 경제성장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복지와 시민 편의시설이 대폭 확충된 시기다. 고수부지만 덩그러니 있던 한강에 수상택시가 다니기 시작했고 인공섬(세빛둥둥섬)이 떴다.

    강을 건너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한강 다리에는 화려한 LED조명과 폭포수가 쏟아지는 퍼포먼스가 연출됐다. 퍼주기만 했던 복지 패러다임에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능동적 정책이 도입됐다.

    부자들만 살 수 있다는 서울에서 서민들도 집을 가질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가 개발됐고 각 지역마다는 공원과 편의시설들이 속속 들어섰다.

    ◇ 민선5기 그리고 6기의 과제는?

    최근 전국의 16개 광역의회 의장(인천시의회는 부의장 답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광역의회 활동 전반에 대해 평균 82점의 후한 점수를 매겼다.

    "열악한 의정 환경에도 주민의 대변자로 지방행정의 견제자로 열과 성을 다했다. 최고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는 것이 이상효 경북도의회 의장의 말이었다.

    하지만 광역지자체를 감시하는 대표적 시민단체와 학계는 평균 59점으로 박한 점수를 광역의회에 매겼다.

    설문조사에 응한 17명의 시민단체 대표와 교수들은 30~80점으로 평가했고, 이 가운데 7명은 50점 이하의 낙제점을 줬다.

    특정 정당의 독점구조와 정당공천제에 따른 중앙정치 종속화, 집행부와의 짬짜미에 따른 청부입법 관행 등이 여전히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지방자치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부각된다. 민주주의의 역사도 오래지 않은데 지방자치제도가 쉽게 정착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있지만, 지방자치 20년을 계기로 과감한 반성과 혁신을 해야 앞으로 더 건강한 지방자치제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주장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 지역감정 조장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지역분열이다. 뿌리 깊은 지역감정으로 나라 전체가 수시로 소통이 단절되고 당쟁이 생기고 분열을 초래되고 있다.

    쉬운 예로 최근 전국적인 진통을 겪었던 세종시, 동남권신공항, LH본사이전문제, 과학벨트 등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소통으로 인해 오해에서 오해로 꼬리를 물고 지방자치정부는 지방정부대로 지역민심과 내년총선 또는 대선을 위해 앞다퉈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 김완기 전북도지사가 LH경남일괄이전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 김완기 전북도지사가 LH경남일괄이전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 여전한 공무원 비위·비리

    행정에 임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중립적인 자세를 지켜야 할 공무원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많이 좋아졌다”는 낙천적인 말로는 국민들이 수긍하지 않는다. 부정부패 척결만큼은 0%가 목표여야 하고 또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정당공천방식의 지방자치제도로는 넘어서기 어려운 벽이다. 선거 출마를 위해 정당 공천을 받으려면 공천 헌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 제공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과다지출이 당선 이후 선거비용을 회수하고자 하는 심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공무원이 회수하는 선거비용은 주민들의 혈세로 충당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 ▲ 김완기 전북도지사가 LH경남일괄이전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 지자체 독립성 약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자체 권한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산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매년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타내야 하는 지방재정교부금이다.

    중앙정부 밑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려 하면서도 매년 지방재정교부금을 더 타내려 혈안이 되다보니 근본적인 독립성이 보장되기 힘들다.

    때문에 시민들에게 다가서기보다는 중앙정부에 더 가깝게 가려는 행태가 계속된다. 중앙정부에 지급되는 세금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해 철저한 감사 하에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독립된 자치단체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