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포퓰리즘 차단위한 역사적 기로" 좌클릭 중인 여권, 과연 지원 사격할까?
  •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전면 세금급식 반대를 위한 주민투표가 드디어 막이 올랐다.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16일 오전 11시20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서울시에 공식 청구했다.

    운동본부가 가져온 서명부는 1t 트럭 3대에 싣고 온 80만1천263명 분량. 이들은 주민투표 청구 요건은 서울시 유권자 836만명 중 5%인 41만8천명이지만 무효 서명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배에 가까운 80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세금급식 반대 서명운동은 이제 주민투표 날짜 확정만을 남긴 상태다.

    이번 서울시의 주민투표는 좁게는 선별적 복지를 내세운 오세훈 시장과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곽노현 교육감과의 정치력 싸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도 서울시가 가지는 의미를 감안하면 세금급식 주민투표의 결과는 지난 2년간 지루하게 이어져온 복지 포퓰리즘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현재 좌클릭을 가속화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의 지형 변경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전쟁의 선봉은 오세훈 시장이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서울 시내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 실시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서울 시내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 실시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오세훈 “복지 포퓰리즘에 종지부를 찍을 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가 복지 포퓰리즘에 종지부를 찍을 역사적인 기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서울 시내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이날 청구한 직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80만 시민의 서명부가 오늘 시청에 접수됐다”고 확인하고 “2004년 주민투표법이 정식 도입된 이후 서울에서 이뤄지는 첫 주민투표이자 주민이 직접 서명을 받아 청구한 대한민국 1호 주민투표”라고 정의했다.

    사실 오 시장의 제안에서 시작된 이번 주민투표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세금급식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오 시장은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으며 여소야대 형국으로 뒤바뀐 시의회와의 갈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주민투표를 통한 서울 시민의 판단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 없이 무조건 퍼주기만 하면 표가 될 줄 아는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에도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면서 “나라의 미래를 권력 쟁취의 하위 개념으로 삼는 정치 세력들과 승부를 가르는 역사적인 주민투표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빚더미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인지, 성장과 복지가 균형 잡힌 미래를 물려줄 것인지 시민 여러분이 선택해 달라”고 강조했다.

  • ▲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16일 오전 서울시청 다산프라자 현관 앞 정원에서 초등학교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앞서 주민투표 청구용 서명지를 앞에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가 16일 오전 서울시청 다산프라자 현관 앞 정원에서 초등학교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앞서 주민투표 청구용 서명지를 앞에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쉽지 않은 전쟁,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지는 한마디로 '백척간두(百尺竿頭)'다.

    4.27 재보궐선거 이후 '좌클릭' 중인 한나라당이 지원 사격은 커녕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덜 나눠주자'는 의견이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하지만 주민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서울시와 시의회 간 대립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고 더 나아가 내년으로 예정된 차기 대권 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된다.

    대권 잠룡 중 하나인 오 시장이 최악의 경우 정치적인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싸움을 자초한 이유는 미래 성장 잠재력을 위해 복지 포퓰리즘을 차단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주민투표가 최종 성사되려면 서울 유권자 3분의 1이 투표에 나서 과반이 동의해줘야 하는데 두 가지 장벽 어느 것도 넘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오 시장은 “3분의 1이 투표장에 나오면 6대4로 이긴다”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그는 “어느 안이 채택되든 100% 따를 것”이라면서 “어떤 정치적인 책임을 질 것인지 숙고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정신 못차리는 여권, 과연 지원할까?

    이번 주민투표 성공의 가장 큰 변수는 한나라당의 지원 유무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표면적으로는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중앙당 차원에서 본격적인 지원사격이 없이는 역부족이라는 것도 중론이다.

    때문에 7.4 전당대회에서 어떤 지도부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4.27 재보궐선거 이후 '보편적 복지'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계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 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반값등록금'을 내놓는 등 소장파와 함께 한나라당의 '좌클릭'을 주도하고 있고, 남경필 의원은 15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8월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제를 철회하고 정치적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15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 의원도 “갈등치유의 정치를 하겠다”며 “8월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제는 또다른 갈등을 예고하는 만큼 주민투표제를 철회하고 정치적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불안한 민주당, 격렬한 반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8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세금급식 반대를 위한 주민투표에 서명하자 민주당은 불안한 모습이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16일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는 불법”이라며 “주민투표가 초래하는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 주민투표의 부당성을 알려나가겠다”고 반발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예산' 및 `재판중'인 사안에 해당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서명운동 기간 현역 국회의원이 불법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서울시 위탁기관, 중고등학교 등에서 조직적이고 강압적인 서명활동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자치구별로 시민단체와 함께 `불법주민투표 검증 열람인단'을 구성해 대리ㆍ유령 서명 등 불법 서명 여부를 가려내겠다"고 덧붙였다.

    시의회 민주당은 "주민투표청구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이 행정1부시장이고 위원 11명 모두 시장이 위촉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서명부 공동 전수조사를 서울시에 요청하기로 했다.

    또 "투표율이 미달하거나 가부 동수인 경우 주민투표 실시 전의 상황으로 복귀된 것으로 본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최근 받았다"며 "이 경우 '두개 안 모두 부결된 것으로 본다'는 오 시장의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아울러 "서해뱃길 사업은 중국 관광객 분담효과가 0.7%에 불과하고 국제크루즈선의 경우 매년 25억원의 적자가 나는 등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한강의 공공성을 해치고 환경파괴 우려가 큰 서해뱃길 사업을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 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일지

    ▲2010년 12월1일 = 시의회 민주당,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 의결
    ▲2010년 12월2일 = 오세훈 시장, 시정협의 중단 선언 및 시의회 출석 거부
    ▲2010년 12월20일 = 서울시,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 재의 요구
    ▲2010년 12월30일 = 시의회, 친환경무상급식 조례 재의결 및 2011년 예산안 처리
    ▲2011년 1월6일 = 시의회, 무상급식조례 직권 공포
    ▲2011년 1월13일 = 서울시, 2011년 예산안 재의 요구
    ▲2011년 1월18일 = 서울시, 대법원에 무상급식조례 무효확인소송 제기
    ▲2011년 2월1일 = 서울시교육청, 초등학교 1~4학년 의무급식 실시 발표
    ▲2011년 2월9일 = 무상급식 주민투표 시민 서명 기간 시작
    ▲2011년 2월11일 = 서명요청권 위임신고서 접수, 서명 본격화
    ▲2011년 3월31일 = 서명인원 12만5천명 추산
    ▲2011년 5월4일 = 서명인원 25만명 추산
    ▲2011년 5월23일 = 서명인원 42만명 추산
    ▲2011년 6월13일 = 서명인원 70만명 추산
    ▲2011년 6월16일 =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서 서울시 제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