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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立大들을 國立化하자 양 동 안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투쟁이 지난 10일 밤의 대규모 촛불시위를 고비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등록금 인하 거리 투쟁에는 좌익·좌경세력이 적극적으로 가세하게 되면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일단 축소과정으로 전환된 것처럼 보인다.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여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타당하지 않은 거리투쟁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그러나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거리투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대학의 너무나 비싼 등록금 문제를 우리 사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는 너무나 비싼 대학 등록금을 적정수준으로 인하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서 반드시 타당하게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 나라 대학교육의 전면적인 개혁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고졸생의 대학 진학율이 80%에 달하고, 대졸자의 실업률이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 등록금과 대학 교육 개혁은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면한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 나라에서 대학 등록금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비싸지게 된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필자의 경험과 판단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현재와 같이 비싸지게 된 최대의 원인은 사립대학들의 몰염치한 등록금 인상이다.
한국의 사립대학을 설립·운영하고 있는 사학재단들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학을 운영할 재산이 없는 깡통재단들이다. 학교에 법정 전입금도 납입하지 못하는 깡통재단들이 80%에 달한다. 교육재단이란 원래 재단의 재산으로 교육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학교 운영에 자금을 제공할 수 없는 교육재단은 이미 교육재단이 아니다. 대학을 운영할 재산이 없는 사학재단들이 학교를 운영하려 하니, 학교운영 자금을 거의 전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립대학들은 학생들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등록금을 거둬들이려고 한다.
사립대 등록금 인상에는 사립대 교직원들의 이기심도 크게 작용한다. 사립대 재단들은 법정 전입금도 납입하지 못하는 엉터리 재단에 대한 교수와 직원들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교수와 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후하게 책정한다. 재단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남의 돈인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봉급을 주는 것이니 짜게 굴 필요가 없다. 사립대 교직원들은 자기들의 소득 증대를 초래할 일이므로 등록금 인상을 내심 환영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사립대 교직원의 급여가 높아지면, 그것은 국립대 교직원들의 급여 인상을 촉진하게 된다. 국립대 교직원들은 사립대 교직원들의 높은 봉급을 보면서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되고, 학교운영자들과 정부에 대해 사립대 교직원들과의 급여격차를 축소해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국립대 운영자들과 정부도 국립대 교직원들의 급여가 사립대 교직원들의 급여에 비해 너무 적은 것에 대해 동정심을 가지게 되고, 국립대 교직원 봉급 인상에 쉽게 동의하게 된다. 국립대 교직원들의 급여 인상은 우선적으로 국립대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으로 충당된다.
이상과 같이 볼 때, 우리나라 대학생이 부담하는 너무나 비싼 등록금을 적정수준으로 인하하려면, 무엇보다 우선하여 사립대 등록금을 국립대 등록금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 나라 대학 총수의 약 80%가 사립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립대 등록금이 그 절반인 국립대 등록금 수준으로 인하되면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실상 해결된 셈이다. 이른바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는 것이다.
사립대 등록금을 국립대 등록금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은 공정 사회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조치이다. 이 나라 사립대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의 수준은 국립대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거칠게 말하자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열악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 받는 사립대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국립대의 약 배가 된다. 우리나라가 그 동안 2분의 1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2배의 돈을 받는 이 나라 사립대의 불공정 행위를 용인해온 것은 매우 잘 못 된 일이다.
사립대 재단과 교직원들은 공급자 우월적인 한국 교육시장의 성격을 악용하여 사립대 학생들을 과도하게 착취해왔다. 재단은 학교에 제공해야 하는 전입금은 제공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등록금이나 부정입학 및 편입생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으로 재단의 적립금을 축적하는 비리를 저질러왔고, 교직원들은 국립대 교직원들보다 저급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수는 국립대 교직원들보다 1.5배 이상 많은 보수를 받아왔다. 사립대학들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형편에 사립대 교직원들이 국립대 교수들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사립대의 등록금을 국립대 등록금 수준으로 인하하자면 사립대들이 자행해 온 불공정 행위와 학생들에 대한 착취를 폐절해야 하지만, 현재의 여건에 비추어 볼 때는 사립대 재단과 교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따라서 그것을 실행하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등록금을 국립대 수준 이하로 받고, 학생들에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를 국립대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립대들은 사립대학으로 남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립대학들은 대학운영권을 국가에 이양하여 국립화 하도록 국가가 강제해야 한다.
사립대로 유지할 능력이 있는 사립대들만 사립대로 남도록 하고 그럴 능력이 없는 사립대들을 모두 국립화 하게 되면, 이 나라의 너무나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가 당장 해결될 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학생들의 금전적 부담 축소를 추구하는 대학 개혁도 쉽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국립대학이 된 조건에서는 대학 개혁을 국민의 희망대로 쉽게 추진할 수 있고, 그를 위한 정부 재정투입도 무리 없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의 대부분은 내용이 과격하다거나 현실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많은 사립대들을 대대적으로 국립화 하는 일은 과격한 것처럼 보이고 당장은 실천하기도 어려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생각을 한번 바꿔보면, 사립대들의 국립화는 과격한 것도 비현실적인 것도 아니라는 점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