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업체도 무너뜨렸다…4,700억 불법대출사업 회복불능…진행과정서 기업사냥꾼까지 설쳐
  • 캄보디아가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해외 블랙홀이었다면, 인천효성지구는 국내 블랙홀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은 인천효성지구에만 4,0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서민들과 중소기업, 건설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

    인천 효성지구 사업 로비 책임자 윤여성 씨

    지난 5월 21일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그룹이 인천효성지구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브로커 윤여성 씨를 통해 정관계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해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김 양 부회장이 2006년 효성도시개발 등 SPC를 설립해 효성지구 사업권을 인수하고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김 양 부회장의 측근인 윤 씨가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한 시행사로부터 15억 원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검찰은 5월 26일 인천효성지구 사업을 벌인 부산저축은행 그룹 관련 SPC 8개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이 SPC를 통해 효성지구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부지 확보가 용이하지 않게 되자,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시행사들을 사들였다. 이를 위해 SPC에 불법대출해준 돈이 4,700억 원이다.

    또 인허가 지연과 사업부지 매입 문제로 자금이 부족해지자, 대출담보로 확보했던 사업부지에 대한 담보권을 대체담보도 없이 해지한 뒤 이를 다른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해 1,700억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 ▲ 인천시가 현재 계획 중인 개발지역들. 일부 지역은 계획이 좌초됐다.[자료제공:인천재개발정보공유 네이버카페]
    ▲ 인천시가 현재 계획 중인 개발지역들. 일부 지역은 계획이 좌초됐다.[자료제공:인천재개발정보공유 네이버카페]

    부산저축은행이 이처럼 인천효성지구에 거액을 쏟아 부은 이유는 로비만 잘 하면 이 사업으로 몇 배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계획변경에 기업 피해까지 우여곡절 많은 효성지구 사업

    효성지구 재개발 사업은 작전동 재개발 사업과 함께 인천 도시정비 사업의 핵심이다. 효성지구 재개발은 인천시 효성동 일대 43만4,989㎡에 1조3,000억 원을 들여 보금자리 주택 등 아파트 3,034가구를 짓는 대형 재개발 사업이다. 2006년 인천시가 이 땅을 보전용지에서 시가화(市街化) 예정용지로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지난 수 년 사이 인천시에서는 ‘재개발 붐’이 일었다. 문제의 효성지구는 인천시의 재개발 구역 중에서는 상당히 작은 편으로 계양구 효성동 100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다. 1944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고 1986년에는 이촌근린공원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공원계획이 추진되지 않으면서 무허가 주택과 공장이 난립했다. 2006년 인천시가 ‘2020인천도시기본계획’을 세우면서 효성지구의 용도를 시가화 예정 용지(주거·상업·공업)로 변경하면서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효성지구의 세부 개발 계획을 보면 단독·공동주택 등 주거용지 18만8,870㎡와 도로·공원녹지·학교 등 도시기반시설용지 24만3,740㎡로 나뉜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모두 8,646명(3,202세대)가 살게 될 터였다.

    하지만 사업 진행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토지이용계획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한강유역환경청이 주변과의 경관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아파트 층수를 38층에서 33층으로 내렸다. 용적률도 220%로 하향조정했다. 또한 특목고 유치 논란이 제기되면서 학교 설립계획도 당초 초․중․고교 각 1개(4만15㎡)였던 것이 1개 고교 부지(1만8,577㎡)만 계획이 확정됐다.

    계획변경만 있었던 게 아니다. 개발을 위한 구획정리를 시작하면서 이곳에 있던 기업들도 공장과 숙소 이전에 반대하는 노조의 반발, 어수선한 시기를 노린 ‘기업사냥꾼’의 공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코스닥 업체 C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효성지구에 공장을 갖고 있던 C사는 2007년 ‘기업 사냥꾼’에게 먹혔다. 그전까지는 그럭저럭 영업이익을 내던 C사는 ‘사냥꾼’들에게 먹힌 뒤 철저히 이용당했다. 피해자들은 350억 원의 회사자금이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 ▲ 도시개발계획 예정지인 인천효성지구의 공장지대 모습.
    ▲ 도시개발계획 예정지인 인천효성지구의 공장지대 모습.

    C사에 투자했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잃은 투자자들은 ‘사냥꾼’들이 이 코스닥 업체에 자신들이 만든 ‘페이퍼컴퍼니’에 거액을 출자하거나 대출 또는 대출 보증을 서도록 한 뒤 수십억 원을 빼돌렸다고 주장한다.

    C사 노조도 이런 어려움에 한 몫 거들었다고 한다. 당시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던 C사 노조는 공장과 숙소 이전을 놓고 효성지구의 시행사, 시공사인 한일건설과 격한 대립을 벌이다 ‘보상’을 받은 뒤 잠잠해졌다고 한다. C사에 투자했던 피해자들은 “효성지구에서 C사와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했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던 효성지구 재개발은 결국 지난 3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되면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때 효성지구에서 ‘한 시행사가 도시계획 위원들에게 로비 명목으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재개발 비리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헤치다보니 ‘몸통’이 부산저축은행이었다.

    부산저축은행 로비가 발각된 건 20만 원 짜리 돈 봉투

    경찰 수사 결과 돈 봉투를 돌리려던 시행사가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SPC 효성도시개발(주)였다. 그런데 이 곳 임원으로 일하던 A씨가 현직 경찰 고위간부의 친동생이었다. A씨의 부인은 효성지구가 포함된 계양구의 현직 구의원이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효성도시개발㈜의 로비에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3월 효성도시개발㈜ 대표 장 모 씨가 인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에게 ‘사업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2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퍼지자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다른 비리 의혹도 나타났다. 지난 5월 22일 인천시 등은 ‘부산저축은행의 SPC인 B종합건설㈜이 지난 2006년 한 국회의원 가족 소유의 임야 8,000㎡가 효성지구 예정 용지에 포함되자 90억 원 넘게 주고 매입했다고 확인했다.

    이 땅은 2000년 초까지 녹지였다고 한다. 효성동 주민들이 개발청원을 낼 때는 개발대상지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2006년 5월 인천시가 확정한 개발계획에 포함되면서 땅값이 3배 이상 뛰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B종합건설 대표인 김 모 씨는 문제의 국회의원 지역구 간부를 지내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B종합건설에 토지매입비용으로 644억 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이상한 정황’을 파악한 검찰은 해당 국회의원 측이 임야를 매각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과 B종합건설의 편의를 봐주거나 인천시 등 관계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해당 의원 측은 “임야는 30년 전에 매입해 갖고 있다가 가족에게 증여한 것으로 부산저축은행이나 개발계획 추진과정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 ▲ 인천효성지구의 모습. 왼쪽 효성도시개발 지구가 문제의 지역이다.[자료제공: 인천재개발정보공유 네이버카페]
    ▲ 인천효성지구의 모습. 왼쪽 효성도시개발 지구가 문제의 지역이다.[자료제공: 인천재개발정보공유 네이버카페]

    이 외에도 송영길 인천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구의원 C씨가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 양 부회장과 윤여성 씨 ‘광폭 로비’ 진술

    한편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자로부터 ‘김 양 부회장이 2006년 3월 SPC인 효성도시개발㈜를 설립한 뒤 브로커들을 동원해 사업권을 인수하고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한 인천효성지구 사업에서 로비를 맡은 윤여성 씨가 단순 브로커 수준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부산저축은행이 벌인 사업 중 부동산 매입과 정관계 로비를 도맡아 했던 점을 밝혀내고 어디까지 로비를 벌였는지 밝혀내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여성 씨는 부산저축은행 그룹이 1999년 새부산신용금고를 인수해 부산2저축은행을 세울 때 도와준 것을 계기로 은행 측에서 매달 급여를 받으며 직원처럼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씨는 예금보험공사 고위간부 이 모 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신용금고 인수 실무를 맡았었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부산저축은행 그룹과 연결된 윤 씨는 감사원 前감사위원 은진수 씨 외에도 저축은행 감사 주심의 위원인 하복동 前감사위원 등 고위급 관료들을 ‘관리’했다고 한다. 법률고문인 박종록 변호사를 통해 청와대에 청원을 하도록 한 것도 윤 씨였다고 한다.

    윤 씨는 또한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실질적인 계열사인 ‘더잼존 부천’이라는 쇼핑몰을 관리하면서 월급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져 ‘계약직 브로커’가 아닌 ‘김 양 부회장 수하 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 씨 본인은 '광주일고 출신'이라고 주장하지만 확인된 바 없다. 그는 1999년에도 故김대중 前대통령의 동생인 김대현 씨의 보좌관 문 모 씨와 함께 포스코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직업 브로커'였다. 효성지구 사업에서는 부산저축은행과 인수대상업체 양쪽에서 돈을 받아챙긴 게 발각되기도 했다. 그런 윤 씨가 '월급'을 받으며 10년 동안 부산저축은행을 위해 일했다는 점은 주의깊게 봐야할 대목이다.

    검찰은 지금도 윤 씨와 김 부회장을 상대로 인천효성지구 개발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언제, 어디까지 했는지 조사 중이다. 윤 씨가 10년 동안 정관계 인사들을 관리했다는 점 때문에 인천효성지구 개발 로비의 범위도 지역 인사들을 넘어 중앙 고위직까지 뻗었으리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