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새 사령탑을 선출하는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레이스가 복잡한 역학구도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하루 걸러 불거진 사안이 당권 레이서들을 물고 물리는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일찌감치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관계도’가 날이 갈수록 미묘해지는 형국이다. 그런 만큼 당권 도전을 바라 보는 관전 셈법도 복잡해졌다.
특히 당 전(前) 지도부와 소장파의 신경전이 관건이다.
김무성-홍준표 對 소장파
홍 전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의 권한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소장파에게 “자중하라”는 일침을 가하면서 대결 구도는 달아 올랐다.
김 전 원내대표도 소장파가 전면에 내세운 ‘젊은 대표론’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이에 가세했다. 당권을 두고 경쟁 관계인 홍-김 두 도전자들이 소장파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의도치 않은 단합을 과시한 모양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소장파 일각에서 ‘공천 물갈이론’, ‘재보선 패배 책임론’ 등을 제기하는데 대해 “우파의 정권 재창출이 지상과제라면서 왜 집안싸움을 붙이는가. 서로 말조심을 해야한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
그러자 소장파의 리더격인 정두언 의원이 ‘물귀신 작전’을 들고 나왔다. “전대(全大)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두 중진 예비후보를 물 밑으로 끌고 내려갈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정 의원은 22일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7.4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에 책임이 없는 새로운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실은 정 의원도 새포도주는 아니라는 비판이 당 일각에서 있었다. 그도 물러난 안상수 대표 체제의 최고위원으로서 당 지도부에 속한 탓이다. 그가 불출마 선언을 한 배경에는 그런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이지만, 어찌됐건 홍-김 두 중진 의원도 ‘재보선 책임론’으로 다시 빠져 들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주요 당직을 맡지 않았던 4선의 남경필 의원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소장파의 구심력을 확보하는 데 수월해져 전대 출마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원희룡-나경원 ‘날벼락’
‘4.27 후폭풍’ 속에서 조용히 탐색전을 벌이고 있던 일부 전 지도부도 ‘날벼락’을 맞았다. ‘김무성-홍준표 對 소장파’ 대결에서 유탄을 맞은 셈이다.
원희룡, 나경원 의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전대 출마 선언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다.
겉으로는 재보선 패배이후 자숙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저것 재면서 현 판세를 관망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그러던 중 정 의원의 동반 ‘책임론’으로 전당대회에 나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나경원 의원이 ‘정두언 불출마 선언’ 이후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친이(親李), 친박(親朴), 소장파 등 계파별 행보에도 상황에 따른 변화가 예상된다.친이, 이재오를 대신할 후보는 누구?
‘정두언 불출마 선언’ 여파는 이재오 특임장관도 피해갈 수 없었다. ‘재보선 패배’ 이후 가장 큰 책임론을 떠안은 이 장관이 대표 경선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장관의 핵심 측근은 23일 “(이 장관의) 7월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대권과 당권 분리’ 규정 개정에 나설 경우 이 장관 역시 7월 대표 경선에 나설 수 있지 않겠냐는 정치권의 관측에 대해서도 “비대위 결정과 상관없이 지도부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특임 장관직 사퇴 후 평당원으로 토의종군(土衣從軍)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의종군(白衣從軍)에 빗대 평의원으로서 당을 위해 일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친이계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야 할 입장이 됐다. 이 장관을 대신해 당 대표에 출마할 새로운 인물을 물색해야 할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당 안팎의 분위기를 감안, 구체적인 인사를 거명하지는 않고 있다.
친박, 홍준표냐, 외부인사 영입이냐
이에 맞선 친박 진영에서는 ‘홍준표 지지론’과 ‘외부인사 영입론’이 엇갈린다.
최근 홍 의원은 ‘지금은 박근혜 시대다. 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보완재”라며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 전 대표가 잡아주기를 바라며 내민 구애(求愛)의 손길이다.
이는 대권 주자가 박 전 대표라면 홍 의원 본인이 당 대표 적임자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과 다름 없다. 홍 의원의 이 같은 노골적인 구애를 두고 친박계 내 일부 지도급 인사들은 홍 의원을 차기 당권후보로 적극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중량급 외부인사에게 당권을 맡겨야 한다는 외부인사 영입론도 나온다.
친박계 한 의원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기회만 노리면서 자리를 탐하는 소장파나 한나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친이계 모두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이에 따라 중립적으로 한나라당의 가치를 지키면서 당을 이끌 수 있는 중량급 인사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여권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페이스’ 속속 등장
‘재보선 패배’란 멍에에서 자유로운 중진 의원 몇몇도 당권 싸움에 가세하고 있다. '나도 있소' 하는 식으로 자천타천 얼굴을 들이 민다. 쇄신그룹의 권영세 의원과 서울 종로의 박진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최근 권 의원은 “정치인이라면 자기의 정책의 신념을 가지고 정치에 들어왔을 거고, 그 신념을 실현시키기 위한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요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의욕을 밝혔다.
박 의원도 23일 “당이 쇄신과 개혁에 맞게 얼굴을 바꿔야 하는데 권유하는 분들이 많아 전대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수도권 새 얼굴론’과 ‘미드필더론’을 내세우고 있다. 계파간 친분을 두고있는 본인이 미드필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주 내로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김문수-정몽준 “당헌을 바꿔서라도”
아예 당내 역학구도를 뒤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권을 노리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가 대표적이다.
전략적 연대를 구성한 두 잠룡은 당권-대권 분리 개정을 통해 전당대회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연대에는 ‘박근혜 대세론’을 차단할 목적도 띠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들의 연대는 적어도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 때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둘은 60세 동갑이고, 서울대 상대 70학번 동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