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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현대사학회가 창립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좌편향 현대사 서술을 배척한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우편향 서술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공격이 있을 법하다.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은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대한민국 60여 년의 발자취를 사실과 진실 그대로 서술하다 보면 대한민국의 ‘성공한 역사’와 북한의 ‘실패한 역사’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좌-우 이전에 사실과 진실이다. 좌편향은 사실과 진실을 좌파적으로 왜곡했다. 그 왜곡을 배척하고 현대사를 사실과 진실의 기록으로 재정립 하자는 게 현대사학회 창립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충정일 것이다.
한 동안 현대사 부문을 휩쓸어 온 좌파민족주의 사관과 수정주의 사관은 현대사를 자기들의 이데올로기 틀에 꿰맞추기 위해 사실과 진실에 대한 난폭한 폭력(violence)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대사는 그들의 틀에 맞지 않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그들의 틀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벌써 거덜났어야 하고 북한은 파라다이스 1등석에 앉았어야 한다.
도대체 역사가 자기들이 신봉하는 틀대로 전개될 것이라고, 또는 전개돼야 마땅하다고 보는 결정론적 인식론(決定論的 認識論) 자체부터가 허무맹랑한 것이다. 역사에 그 어떤 법칙이 있다고 보고서, 그 법칙을 자기들만이 독점적으로, 배타적으로 꿰뚫고 있다고 자만하는 것-이게 좌편향 역사관의 핵심적인 오류다.
대한민국 현대사만 보더라도 이승만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은 그런 ‘그들만의 법칙’을 뛰어넘어 아무도 가능하다고 보지 않은 일들을 해냈다. 대한민국 현대사 전체가 좌파를 비롯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실을 사실대로 더 보태지도 빼지도 말고 고스란히 조명하고 서술하자는 게 무슨 ‘우편향’인가, 진실의 확인이지!
빛과 그림자를 다 포함해서 있는 그대로만 서술하면 대한민국 현대사에 긍지(矜持)를 가질 이유가 객관적으로 드러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 좌편향 역사서술과는 다른, 현대사학회 참여자들의 본격학문의 자세일 것이라 짚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