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42만,시장 주민소환 84만 서명 필요;야권, 총선 앞둔 전략?
  • 무상급식을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허광태 의장이 ‘주민소환’이라는 초강수를 거론했다.

    허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민주당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만약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될 경우 한 정책을 두고 2번의 주민 투표가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서울시와 시의회는 긴장된 모습이다.

    ◇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 84만 가능할까?

    주민투표 카드를 먼저 내민 쪽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먼저다. 지난해 민주당이 점령한 서울시의회가 ‘친환경무상급식 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한 이후 답답한 마음에 내놓은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이후 전면 무상급식은 세금급식이라는 인식이 확산,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5월 현재 서명에 참여한 시민이 30만명에 육박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 측은 서명운동기간인 8월까지는 70만 이상의 서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주민투표 성립요건인 42만명을 모으는 것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 반면 ‘주민소환’을 언급한 허광태 의장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주민소환에는 주민투표의 두 배인인 유권자 10%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후 투표가 이뤄지면 유권자의 3분의 1인 270만명이 투표하고 그 중 135만명이 찬성하면 시장은 해임된다.

    따라서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우선 84만명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부작용이 꾸준히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해 알려진데다, 자칫 주민투표에 총력을 다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민주당이 받는 정치적 타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의회 민주당 의원 78명 중 이탈자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시의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야권 의원들은 “이제 그만 화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타협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승록 민주당 서울시의원 대변인은 “11일 시의회의장의 발언은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서울시장의 의회 출석 거부에 대해 강한 불만과 개선 의지를 표출한 차원에서 봐 달라”며 “(주민소환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말로만 주민소환? 아니면 총선 앞둔 표 모으기?

    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향후 1년간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이 실패 가능성을 등에 업고서라도 서명운동을 강행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는 단연 ‘복지’다. 복지 화두에서도 가장 민감한 ‘무상급식’은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에서도 중요한 공약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때문에 민주당 등 야권연대는 전면 무상급식을 최대 공약으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만약 민주당이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해임하겠다는 주민소환을 시작하면 향후 6개월 동안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를 계속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서명운동을 받는 과정에서 꾸준히 한나라당의 선별적 무상급식을 비판하는 사실상의 총선 대비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민심이 요동치는 현재 상황에 비춰, 최소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 ▲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 조례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을 하는 모습. 이번에는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해임하는 주민소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 조례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을 하는 모습. 이번에는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해임하는 주민소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전략은 사실 오 시장이 먼저 시작해 충분히 효과를 본 노림수다.

    오 시장 역시 지난 2월 시작된 전면 무상급식 반대 서명 운동에 힘입어 한 때 지지율이 두자리 수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린바 있으며 이후 ‘소신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주민소환이라는 것이 분명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지만, 민주당이 이를 선거를 앞둔 표 모으기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0곳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도 가능성을 좀 더 높이는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