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신 날
음력으로 초파일은 석가탄일이어서 국경일인 동시에 공휴일입니다. 불교도 이제 민중불교를 꿈꾸는 가운데 <팔만대장경>에 쓰인 어려운 한자를 피하고 쉬운 한글을 사용함으로 체질의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올해는 특히 한글로 써 붙인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한글 플랫카드가 눈에 뜨입니다.불교는 본디 인도 땅에서 일어난 종교이지만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에 산스크리트(Sanskrit)가 아니라 불교경전은 한문으로 우리나라에서 전해진 셈입니다. 4세기에 불교는 부겸․아도․순도와 같은 승려들에 의해 고구려 소수림왕 때 고구려에 들어왔고, 백제에는 침류왕 때 중국의 소승 마라난타가 들어와 전도하였다 하고, 신라에는 5세기에 불교가 전해졌으나 법흥왕 14년이 돼서 법흥왕 때에야 이차돈의 순교로 정식으로 공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통일 신라 시대에 불교가 대중화되면서 의상과 원효 같은 큰 스님들이 탄생하여 불교계의 큰 별들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고려 시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불교는 이 나라 백성의 생각에 깊이를 주었습니다. 유교가 우리 국민에게 정치철학을 주었다면 불교는 인생철학을 주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선비들이 석가를 물리치고 공자를 앞세운 시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불교를 모르고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고 결코 사리에 어긋난 말은 아닙니다.
돌부처마다 코가 깨지고 망가진 것을 의아스럽게 여기고, 뒤에 서울국립박물관장이 된 한병삼 씨가 경주박물관장으로 있던 때 경주에 가서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조선조 시대에 정부가 ‘배불정책’을 강행하는 가운데, “돌부처의 코를 떼어 가루가 되게 갈아서 먹으면 만병이 통치된다”는 미신을 민간에 퍼뜨려, 코가 떨어진 불상이 대부분이라는 말을 듣고 한참 웃은 적이 있습니다.
정치적 박해로 코가 깨어진 부처님이지만 ‘면벽9년’하여 득도하였다는 달마처럼 만난을 극복하고 한국 불교는 오늘도 이 겨레와 함께 이 땅에서 힘차게 숨쉬고 있습니다. 부처님을 닮고자 하는, 부처님이 되기를 소원하는 많은 불자들과 함께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