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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하늘은 푸르다 못해 맑았고 햇빛은 빛나다 못해 눈부셨다. 놀이공원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의 얼굴은 하늘만큼 맑고 빛났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꿈같은 어린이날을 즐긴 것은 아니다. 어린이날이 서러운 어린이들이 있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키는커녕 오늘만은 손찌검을 받지 않았으면 하며 가슴을 조리는 아이들이 짙은 그림자처럼 숨겨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마다 신생아 수가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아동학대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하면 2009년 접수된 아동학대 건수는 5,600여건에 달한다. 이같은 수치는 2001년 2,100여건에 비해 약 2.7배 늘어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대받는 아이들은 늘어나는데 이들을 보호할 전문기관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5세 미만 유아 학대사례는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2009년 기준 5세 미만 유아학대 건수는 1,048건으로 전체 신고건수의 18.4%에 이른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였다. 부모가 가해자다 보니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가해부모 가운데 고소, 고발 등이 이뤄진 경우는 5%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상담이나 교육을 받는데 그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부모에 의한 학대나 폭력은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동학대를 범죄로 보지 않고 단순히 가정문제로 치부하거나 자녀에 대한 훈육수단 정도로 보는 경향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만이 문제는 아니다.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전문기관의 일손부족은 더 큰 문제이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44개소가 있으며 여기에 소속된 상담인력은 319명이다. 기관 당 상담원 수는 평균 7명 정도로 보건복지부가 권고한 인원인 9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이 담당하는 아동학대 상담건수는 2009년 기준으로 2만5,200여건이다. 상담원 1명 당 약 80건을 맡는 셈이다. 이들이 피해아동에 대한 상담부터 실태조사,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담당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사건별로 최적화된 보호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담원들의 이직률도 높다. 상담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채 4년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아동학대예방센터의 한 전문상담원은 “아동학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더욱 커져야 한다”면서 “상담원 처우개선 및 인력 증원, 상담원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 및 교육프르그램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