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480km 현장에 14시간 달려 현장 도착현장에는 맨발자국과 AK소총 탄피…시타델 선원 살려
  • 해적에게 피랍될 뻔했던 ‘한진 텐진호’는 현재 최영함의 호위 하에 다음 목적지인 싱가포르를 향해 순항 중이라고 합참이 밝혔다.

    ‘한진 텐진호’는 우리 시각 21일 오전 5시 20분, 예맨 영토인 스코트라 동쪽 400km(해적 본거지에서 1,148km)거리의 인도양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될 뻔했다. 선원들은 해적들이 몰려오자 긴급 상황임을 알리는 비상신호를 보낸 뒤 선내에 마련된 ‘시타델(Citadel)’로 급히 피신했다. ‘시타델’ 안에는 사흘 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물 등이 있었다.

    선원들이 외부로 통신을 보내지 못했던 것은 장거리 통신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위성전화기는 다음 주 중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타델’ 덕분에 선원들은 모두 무사했다. 해적들은 300m가 넘는 배를 조종할 줄도 몰랐고 선원들을 협박하거나 할 수 없었다. 해적들은 결국 문에다 총을 쏘며 분풀이만 한 뒤 철수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진 텐진호’는 최신 컨테이너선 답게 ‘시타델’은 물론 수면에서 배 갑판까지의 높이가 권고치(8m)보다 훨씬 높은 14m였고, 해적 저지용 물대포도 갖춰놓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등은 ‘한진 텐진호’와 교신이 끊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 480km 떨어진 곳에 있던 청해부대 ‘최영함’을 긴급 출동시키는 한편 임무교대를 위해 인도양을 지나던 청해부대 7진 ‘충무공이순신함’에도 출동을 명령했다. 합참은 이와 함께 현장 인근에 있던 터키 해군에게 출동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터키 해군 측은 ‘한진 텐진호에서 연기가 보인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외교통상부·국방부 등은 군사작전도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구체적인 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교신이 끊긴 지 14시간가량 흐른 뒤 최영함이 현장에 도착했다. 최영함에 있던 해군 특수전 요원들은 ‘한진 텐진호’에 올라 우선 선교를 확보한 뒤 차례대로 격실을 뒤졌다. 해적들이 남아 있지 않음을 확인한 해군 특수전 요원들은 ‘시타델’에 피신해 있던 선원들 20명 전원이 무사함을 확인했다.

    합참은 21일 오후 9시 경 브리핑을 통해 “청해부대는 21일 아덴만 지역에서 해적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안전 격실에 피신 중이던 ‘한진 텐진호’ 선원 20명을 오후 7시 30분경 전원 안전하게 구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또한 “선원들은 모두 건강한 상태”라며 “이번 작전의 성공요소는 선원들의 신속한 안전격실 대피 및 구조 요청, 연합 해군사령부와의 긴밀한 협조 등 이었다”고 밝혔다. 합참은 “앞으로도 우리 군은 해적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담당 지역의 민간 선박들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합참은 “‘한진 텐진호’는 22일 오전 현재 최영함의 호위 하에 다음 목적지인 싱가포르를 향해 순항 중”이라며 “최영함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해역에서 호위를 종료한 뒤 아덴만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