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대표적인 '판자촌'…2003년부터 '최고급 단지' 개발추진시공사 "어떻게든 사업 진행할 것"
  • 시공능력평가 30위권의 건설업체 2곳이 한꺼번에 '법원 신세'를 지게 만든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시공을 맡았다가 최근 잇따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34위)과 동양건설산업(35위)은 앞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다른 건설사들과는 달리 주택사업 비중이 낮고 다년간 흑자 경영을 해온 회사라는 점에서 이 사업의 수렁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17일 건설ㆍ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은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대 13만2천379㎡를 최고급 주거단지로 새롭게 조성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1960년대 나환자촌으로 만들어진 이 마을은 이후 영세 가구공장과 무허가 판잣집들로 빼곡히 채워지면서 강남권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강남에서 얼마 남지 않은 미개발 지역으로 서울과 판교, 용인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인 데다 인근에 대모산이 자리하는 등 자연환경이 좋아 고급 주거지로서의 개발 잠재력은 풍부할 것으로 기대됐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시동이 걸린 것은 2003년 이 마을이 자연녹지지역에서 제1종 및 제2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되면서부터다.

    이 마을 지주들은 도시개발사업조합을 결성하고 시공사로 선정한 동양건설산업, 삼부토건과 함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설립해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 회사는 원래 주택보다 토목사업 비중이 높고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건설사로 유명하지만, 헌인마을 사업만큼은 기업에 '명품 이미지'를 입힐 수 있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판단해 큰 기대를 걸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사업 계획안을 두고 서울시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일부 지주들이 토지 매각을 거부하면서 초반부터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시행사 측은 당초 최고 7층 높이의 220~290㎡짜리 아파트 285가구와 500~600㎡ 규모의 고급 단독주택 67가구 등 모두 352가구를 짓는다는 구상이었지만, 서울시는 층고를 낮추고 주택 면적을 축소하라며 계획안을 반려했다.

    친환경 주거단지에 아파트를 지으면 주변 경관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사업계획안을 통과시켰지만 아파트 대신 3층 이하의 빌라와 단독주택으로만 261가구를 짓는 것으로 사업이 축소되면서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

    막대한 사업비용과 한정된 가구 수를 고려하면 1가구 당 30억~50억원의 초고가로 분양해야 이익이 남지만 부동산 침체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판국에 선뜻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고 입주하려는 수요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래도 지난 1월 교통영향평가, 2월 환경영향평가를 각각 통과하고 지난달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하는 등 올해 하반기 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착착 진행하던 와중에 지난 13~14일 만기가 도래한 PF 대출 4천270억원의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시공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하지만 동양건설산업과 삼부토건은 부분적인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지는 몰라도 끝까지 사업을 완수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어떻게든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회사 입장"이라며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한국의 베벌리힐즈와 같은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시계획인가 접수는 도시개발사업 단계상 이미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아직까지 매입하지 못한 일부 사업부지는 최악의 경우 제외하고 나머지 부지로만 공사에 들어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분양가가 비싸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도 "작년 5개 마케팅사를 통해 조사를 해봤는데 모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상급 부자들이 주거환경, 보안, 생활편의, 교통 등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부지는 이곳밖에 없어 묻지도 않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