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무회의서 장지연 선생, ‘친일파’ 이유로 서훈박탈‘친일인명사전’ 편찬 주도 민족문제연구소는 누가 검증하나
  •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는 19명의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친일파였다. 제목만 보면 옳은 일 같다. 하지만 이 결정 가운데 장지연선생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토대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위암 장지연 선생은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오늘 목 놓아 통곡하노라)’을 쓴 대표적 구한말 언론인이다. ‘시일야방성대곡’은 위암이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의 주필 자격으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을사오적을 비판한 논설이다. 이 논설 때문에 장지연 주필과 신문사 간부들은 모두 체포됐다. 신문은 정간됐다.

    당시 황성신문은 배운 것 없던 우리 국민들의 애국사상을 고취하고 일본의 치밀한 식민정책과 억압을 고발한 대표적 애국신문이다. 황성신문은 한일의정서 체결 폭로, 황무지 개간권 요구의 문제점 폭로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일제의 진면목을 폭로했다. 일제는 황성신문의 입을 강제로 틀어 막았다.이때 황성신문의 논조를 이끈 이가 위암이었다.

    이런 장지연 선생을 ‘친일파’라고 처음 낙인찍은 곳은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파인명사전편찬위원회’다. 이들은 장지연 선생이 1914년 12월 23일부터 1918년 7월 11일까지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 기고한 글을 문제 삼았다. 그 가운데 친일성향의 글이 있다며, ‘친일파’라는 낙인을 찍었다.

    총리실측에선 "장지연선생의 경우 1913~1918년 매일신보에 일본 신민정책을 미화하고 찬양한 글을 다수 게재한 것이 취소 근거"라고 했다. 그러나 구한말 언론연구에 정통한 정진석 한국외대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정교수는 "위암의 '친일'로 거론되는 것중에는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매일신보가 순종의 일본행을 축하한다고 쓴 기사는 다음 날 정정기사에서 위암이 쓴 것이 아니라고 밝혔는 데도 친일행위 증거로 올라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와 유족 대표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2005년 5월 법령에 의한 대통령 직속기구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숱한 예산과 인원을 동원, 1000여명을 친일 인사로 확정해 2009년 공포할 때 위암선생은 제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정부기구도 아닌 민족문제연구소가 간행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고 해서 다시 친일인사로 판단한 정부결정은 납득할 수도 승복할 수도 없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파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4776명의 친일파를 추려냈다. 그 중 400여 명은 소명 등을 통해 빠졌다. 결국 4389명이 ‘인명사전’에 실렸다. 장지연 선생도 거기에 실렸다.

    그런데 이들이 친일파를 구분하는 기준이 참 희한하다.

    이들에 따르면 박정희는 친일파다. 반면에 일제침략의 첨병인 관동군 헌병 통역이었던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는 친일파가 아니란다. 김영주가 일제 앞잡이로 만주정벌의 선봉에 섰던 것은 동료였던 이용상 시인이 자기 책에서도 밝힌 바 있다.

    일제 막판에 ‘반도학도진출보’와 같은 학도병 입대 권유글을 썼던 여운형 역시 친일파가 아니고, 그를 비판했던 작가 김동인은 친일파라고 했다.

    이 두 ‘기관’은 사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갈라져 나왔기에 하나의 단체로 봐도 문제가 없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정권 전부터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논란이 된 단체다. 하지만 이들이 ‘친일파인명사전’을 편찬한다고 하자지난 정권들은 8억 원의 비용을 댔다.

    이렇게 만든 ‘친일파인명사전’이 현 정부가 역사 속 위인들을 ‘단죄하고 끌어내리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번 국무회의의 결정도 그렇게 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역사의 단죄’라는 칼날을 함부로 휘두르는 민족문제연구소는 국민 세금을 썼으면서도 어느 누구의 통제도 평가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정권의 ‘전폭적 지원’ 덕에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객관적이고 정통성이 있는 기관’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들은 김일성 독재세습정권에 부역한 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현대사는 ‘친일파 청산을 못했기 때문에 정의롭지 못한 역사’라며, 자신들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누명’을 씌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누가 ‘정의의 칼’을 들이댈까. 지난 5일 국무회의의 결정은 현 정부는 그럴만한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