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나먼 공정사회 

                                               양   동   안 

    3월 10일 중앙일보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공정사회 관련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불공정한 사례나 관행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분야가 어느 분야인가라는 설문에 대해 정치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1.2%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높은 응답비율을 차지한 것은 법조계(14.0%)와 언론계(12.1%)였다.

      정치권은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되도록 유도하는 법률을 만드는 사람들이며, 법조계는 공정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사람들이다. 언론계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들을 고발하는 사람들이다.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되느냐 못되느냐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야가 이들 3개 분야이다. 실은 이들 3개 분야만 공정해지면 사회는 공정해지게 된다. 

    그런데 그 3개 분야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지 못한 분야라는 것이 국민의 여론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의 여론은 아마도 실제와 같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회가 ‘청목회 로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의 처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날치기로 개정하려고 기도한 것이나, 지방 소재 법원의 향토 판사들이 정실 위주로 판결을 하는 바람에 “재판이 개판이 된 경우”가 있다는 비난이 해당 지역의 변호사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그런 여론을 밑받침해준다.

      이 나라 언론매체들이 보도·논평을 불공정하게 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언론매체들은 자기들의 이익과 관련된 쟁점이 등장하면 죽기 살기로 편파 보도를 하고, 자기들이 행하는 사업이 있으면 그것을 과장 홍보하기에 바쁘다. 또한 자기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정은 크게 긍정적으로 보도해주고 자기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의 동정은 왜곡하여 나쁘게 보도하며, 자기들의 명백한 오보에 대해서 인정·사과하는 일에 극히 인색하다.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3개 분야가 여론조사 결과 가장 불공정한 분야로 간주되고 있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된다는 것이 요원한 일이라는 점을 시사해준다. 우리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만들려면 그들 3개 분야가 사회를 공정사회로 만들기 위해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며, 그들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자신들부터 공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서는 그들 3개 분야가 가장 불공정한 분야라고 하니,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되는 것은 머나 먼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공정사회 실현’을 가장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 바로 이들 3개 분야라는 사실이다. 오늘도 이 나라의 정치권과 법조계와 언론계는 ‘공정성’이나 ‘공정한 사회’를 거르지 않고 말하고 있으며,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다. 그러는 정치권과 법조계와 언론계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속으로 ‘너희들이나 잘해’ 라고 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