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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4.27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차출론을 주장해오던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기류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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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지난 4일 광주에서 열린 비공식 자리에서 “내 몸을 사리지 않고 분당을에 출마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강원도와 김해을에 올인해야 할 시기”라며 사실상 출마 가능성을 부정했다.
대선이라는 큰 판을 버리고 지역구에 매달리다 만약 패하기라도 할 경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민주당 내부를 크게 뒤흔들었다. 최초 제안자인 문학진 의원을 비롯해 3선의 이종걸, 김영환 의원 등 수많은 이들이 당내에서 출마를 권유해왔기 때문이다.
8일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물론 당 대표가 강원과 김해에 선거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1야당의 이끄는 수장이 불리한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승패를 떠나 다음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학규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분당을 출마를 다시 한 번 검토해 주길 바란다”며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의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분당을 지역을 사수하기 위해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이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왜 분당을인가
민주당이 이번 4.27 재보선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분당을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는 바로 ‘카운터어택(counterattack)’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을은 보수 진영의 표밭으로 한나라당에게는 이미 필요충분지역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분당을 보궐선거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한나라당=분당’이라는 상징성을 깨뜨릴 수만 있다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엄청난 파국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손 대표를 출마시켜 승리를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분당을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한나라당 또한 공천에 있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강재섭, 박계동 등 거물급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만약 분당에서 지면 한나라당은 끝나는 것과 같다. 민심이 그 정도라면 한나라당은 새로 창당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 또한 분당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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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손학규 ‘맞대결’ 성사되나
이처럼 분당을 보궐선거를 재해석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손 대표 본인과는 달리 측근 인사들은 강경했던 입장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처음 당 일각에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가당치 않은 시나리오”라고 일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 지켜봐야겠다”며 방향을 선회했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분당을에서 승리할 경우 손 대표의 위상이 급부상하게 되고, 만일 패배하더라도 헌신하는 자세로 어려운 지역에 출마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출마를 떠나 다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부산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안팎의 여론조사 분석 결과도 손 대표 출마론에 힘을 싣고 있다. 만약 손 대표가 직접 나설 경우, 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들은 손 대표를 더욱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후보로 급격히 부각되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 측에서 ‘강적’인 손 대표의 출마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손 대표 측 역시 출마한다면 내심 정 전 총리와의 대결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분위기는 점점 손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하는 쪽으로 무르익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