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으로 억지 친환경 식단 강요, 학부모 불만“돈 더 내고 내 아이 더 좋은 것 먹이겠다” 항의 쇄도
  •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2일 성동구 금호동 금옥초등학교에서 서울 친환경 무상급식 원년 선포식 후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2일 성동구 금호동 금옥초등학교에서 서울 친환경 무상급식 원년 선포식 후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지난 2일 시작됐다. 학부모 기대감은 높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5,6학년(일부는 4~6학년)을 제외한 반쪽짜리 무상급식이라는 논란은 접어두고서라도 가장 먼저 대두된 것이 ‘급식의 질’ 문제다.

    대다수 학교가 지난해보다 높은 단가를 책정했음에도 ‘음식 수준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식 단가는 올랐지만, 억지로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질이 떨어진 것.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각 학교별로 책정된 무상급식 단가는 2457원. 서울시내 공립초교 547개교 중 3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끼당 단가는 100~200원 올랐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급식 단가 중 우유값 330원 부대비용 160원을 빼면 남는 돈은 2000원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구제역 파동과 한파가 몰아치면서 친환경 식품가격은 25%나 올랐다. 애당초 식품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식단 짜기라는 말이 돌 정도다.

    각 학교 영양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조금이라도 싼 대체식품을 구하다가 나중에는 전체 급식량까지 줄여야 할 형편이다. 동작구 A 초교 영양사는 “급식단가는 정해져 있는데 교육청이 친환경 농산물만 고집한다. 육류 대신 콩이나 두부를 넣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곽노현 교육감이 지난번에 친환경 급식이라며 자랑한 식단처럼 짜려면 최소 4000원은 있어야 한다. 단가가 비싼 식품은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질 좋은 급식을 먹었던 지역은 불만이 더 거세다. 서초구 B 초교는 매 식단마다 제철 과일을 지급했었지만 올해부터 주 1회로 줄였다. 2950원짜리 급식 단가가 무려 500원이나 줄었기 때문. 물가 상승률을 더 하면 식단은 급격히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저질 급식을 먹일 수 없다. 추가금을 내겠다”며 반발했지만, 서울교육청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별을 둘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B 초교 관계자는 “무상급식 첫날 반찬 수준이 형편없다는 말을 들은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가난한 학생들과 똑같은 수준의 밥을 먹이겠다는 것이 오히려 더 역차별을 주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