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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대화는 정중하고 진지하게
양 동 안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과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대화가 다같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북한의 군사도발을 아무리 단호하게 응징하더라도 한반도에 평화는 오지 않는다.
북한의 군사도발을 단호하게 응징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반도의 평화는 오지 않는다.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을 당한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한의 추후 도발에 대한 응징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일이다. 장차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태세는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사건들이 정부 주변에서 발생한 것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최근 정부 주변에서 발생한 남북 대화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주요 사건들은 3가지이다.
하나는 남북 군사회담 예비회담의 우리 대표단이 북한의 회담자세를 ‘회담성사를 위해 초조해 하는’ 것으로 평가한 사실이 언론매체에 보도되도록 한 사건이다. 과대망상증을 앓고 있는 북한정권이 북한 대표단의 그러한 회담자세가 우리 대표단에 읽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회담을 깨게 될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남북대화 분위기를 깬 또 하나의 사건은 현재 실시 중인 키리졸브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김정일 사망시 발생할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군사 소식통들을 인용한 언론보도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사망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상대방과 평화를 위한 협상을 전개할 독재자는 없다. 설사 한미양국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의도가 언론에 적나나하게 보도되는 사태는 없었어야 했다. 그러한 언론 보도내용은 상당기간 남북대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사건은 우리 군이 대북심리전의 하나로 북한에 식량과 선전문 등이 담긴 풍선을 띄워 보내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언론보도이다.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유출된 자료를 인용한 이 보도는 김정일 정권으로 하여금 남북대화에 응하드라도 기만적 태도로 일관하려는 생각을 갖게 만들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금년 1월까지 전개한 대남 대화공세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기 어렵고, 남북 간에 본격적 대화가 전개되었을 때 북한이 평화정착을 위해 진실하고 생산적인 자세로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되면 정중하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우리의 정중하고 진지한 대화 자세는 적어도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 군사도발보다는 남북대화를 통해 얻을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 것이다. 나아가서 그런 생각이 축적되면 북한도 남북한 간의 평화정착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남북한의 대화가 막 시작되려는 시점에서 위에 적시한 사건들이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정중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정중하고 진지하게 북한과의 대화에 임했다면 남북대화의 산통을 깨는 그러한 언론보도들이 나오게 될 소식통들의 발언이나 군사 자료들이 흘러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향후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다시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 북한이 대화의 욕구를 나타내는 한 우리는 정중하고 진지한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하고, 그러자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성격의 언론보도들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