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높은 대졸자, 중소기업은 “그냥 싫어”No 스펙 But 좋은 일자리, “현실 직시해야”
  •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기도 화성시 A 기업은 늘 인력이 부족한 것이 고민이다. 단순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가 가능하다 할 수 있지만, 관리나 사무직을 맡을 대졸자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A기업 인사 담당자는 “사원 모집 공고를 내도 지원하는 사람도 적은데다, 막상 면접을 봐도 턱없는 연봉을 요구하는 바람에 채용을 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며 “신입 사업에게 주 40시간 근무에 연봉 3000만원을 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하소연을 늘어놨다.

  • 새해가 시작되고 대학 졸업생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 실업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업 채용시점이 지났지만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보다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8.5%를 기록해 전월보다 0.5%가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전체 실업률 3%의 3배에 육박한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들의 신입 사원 채용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층들이 '좋은 일자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지적도 많다.

    조사결과 공무원, 300인 이상 사업장, 금융업 등 소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는 1995년 412만7000개에서 2008년 372만4000개로 40만개나 줄었다.

    원하는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대졸 구직자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낮아지지 않았다. 특히 제조업 등 1차 산업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계속 심각해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제조업이 밀집한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인력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인력 부족률은 5.2%로 전국 평균 3.8%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약 7만4000여개의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 없어서 일자리가 빈 것이 아니다. 경기도 지난해 대졸자 중 미취업한 실업자는 전제 졸업자의 절반이 넘는 1만8961명에 이른다. 이들을 포함한 도내 청년층(15∼29세) 실업자수는 6만9000명. 빈 일자리 수가 오히려 실업자 수보다 많은 셈이다.

    경기도 뿐 아니라 서울도 5만7000명, 인천 1만6000명의 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경기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평균연봉은 1993만원. 하지만 대졸 구직자들이 희망하는 초임연봉 2456만원으로 463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센터 관계자는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취업에 열을 올리다 결국 취업 재수 혹은 백수로 지내는 것보다는 탄탄한 중소기업을 찾는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