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 교부금 중단, 시의회 때문에?속타는 구청장들 “서로 화해 좀 했으면…”
  • 서울시 A 자치구청장이 최근 몰래 서울시청을 찾았다. 표면상으로는 시청 고위직과 업무 협의를 위해서였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무상급식으로부터 시작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 민주당과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할까’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A 구청장은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무상급식 하나의 문제 때문에 서울시 본청과 자치구와의 관계가 많이 서먹해졌다”며 “예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서울시의 눈치를 봐야하는 구청들은 이번 오 시장과 시의회와의 싸움이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같은 지역 시의원(민주당)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시의회에 힘을 실어달라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시의회가 오 시장에게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며 “기자들이 보기에는 향후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나?”라고 묻기도 했다.

  • ▲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시장과 대립각을 계속 유지하면서 괜한 자치구들만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일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의결하면서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 자료사진
    ▲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시장과 대립각을 계속 유지하면서 괜한 자치구들만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일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의결하면서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 자료사진

    오세훈 시장과 시의회 민주당과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애꿎은 구청장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사실상 구청장들은 민주당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지 않은 편이다. 오랫동안 당원 생활을 한 ‘토박이’도 극히 드문데다, 구 행정에는 이념이나 정치색을 끼워 넣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무상급식 사태에 따른 자치구들의 타격은 적지 않다. 가장 절박한 부분은 자치구들이 받는 '조정교부금' 문제다. 서울시는 현재 구청에 나눠줘야 하는 조정교부금을 아직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1100억원이 넘는 이 돈은 구청 예산의 대략 1/4에 육박하는 ‘돈줄’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다.

    서울시는 “교부금 재원인 취득세와 등록세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많이 걷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자치구 교부금 지급을 미루고 있지만, 이는 시의회와의 불편한 관계가 민주당이 다수(25개 區 중 21개)인 구청에 까지 확산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교부금은 규정상 1년 내 주기만 하면 상관이 없으며 게다가 한나라당이 구청장을 하고 있는 강남, 서초구는 재정 자립도가 높아 교부금 대상이 아니어서 서울시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때문에 통상 월별로 나눠주던 교부금이 2개월째 들어오지 않자 각 구청은 민주당 시의원들에게 눈총을 보내고 있다. 돈이 급한 일부 구청들은 각종 대민 사업을 잠정 중단했으며 직원들에게 줄 월급도 모자란 형편이다. 심각한 경우 은행에 대출까지 고려하는 구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구청장은 “(시의회가)괜히 오 시장과 싸움을 시작해 자치구들만 죽을 맛”이라며 “이런 점을 알고는 있는지 여전히 고집만 부리고 있는 시의원들이 야속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