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박근혜 대항마를 찾아라”
  • 최근 여론 조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 독주가 계속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실질적 측근으로 꼽히는 ‘왕자’들의 행보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치권 내에서는 당내 친이(친이명박)계가 의원총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를 두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대통령의 측근 잠룡들이 박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도록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대선정국이 점차 가열되면서 왕자들이 조만간 대권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 “박 전 대표에게 맞설 대항마를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왕자 가운데 과연 누가 ‘세자’로 간택 받을 수 있을까?

    ◇ 재보선 출마 고사하는 정운찬

  •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4.27 재보선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출마설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정 전 총리가 향후 대권행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10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현재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위원회와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2개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정 전 총리는 출마설에 대해 “할 일이 너무 많아 (생각할) 여력이 없으며 당이나 청와대에서 통보를 받은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당이나 청와대가 적극 권유할 경우, 출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오는 3월 중 동반추진위가 눈에 띄는 ‘성과 발표’를 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재보선 보다는 대선 쪽으로 행보 가닥이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 왕의 ‘오른팔’ 임태희

  • 신주류 리더로 떠오른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차기 대권후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임 실장은 현재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서둘러 공개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참모진의 수장으로서 누구보다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세자’ 유력 후보 1순위로 꼽힌다.   

    3선 국회의원,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지난해 7월 청와대에 입성한 임 실장은 청와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정무적 기능을 강화하고, 정치권 소통을 확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때로 그를 견제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으나 현재 그 누구도 임 실장이 MB정권의 최고 실세이며 왕자 중 왕자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만약 임 실장이 향후 이 대통령의 힘을 얻어 대선 공개 출마를 선언할 경우,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 ‘킹 메이커’ 이재오

  •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알려진 ‘왕의 남자’ 이재오 특임장관은 현재 여권 2인자로 꼽힌다. 18대 총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뒤 여의도에 재입성하자마자 특임장관으로 발탁, 대통령의 최 측근 실세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MB의 국정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며 느슨해진 한나라당 친이계를 결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친이계 좌장으로서 ‘개헌’을 비롯해 계파 화합을 주도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특임장관은 ‘이명박의 사람’이자 ‘킹 메이커’로 뛰어난 정치 감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영원한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만큼 그가 대선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 청와대 ‘귀환’한 王수석, 이동관

  •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보는 선거캠프 시절부터 대통령의 ‘입’ 역할을 수행, 과감한 업무추진력과 정무적 판단력을 인정받아 한 때 왕수석으로 통할 정도로 여권내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 대통령은 이동관 특보가 홍보수석직을 끝으로 청와대를 떠난 뒤에도 중요한 고비때는 직간접적으로 그의 의견을 구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임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입각이 거론되다 대통령 특보쪽으로 선회한 배경에도 이 특보의 능력과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작용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특보의 경우, 대권에 직접 나서지 않고 ‘박근혜의 대항마’를 키우는 조련사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발 빠른 행보’ 오세훈·김문수

  • 지난해 중순부터 일찌감치 대선후보 물망에 오른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만의 ‘젊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최대 강점이다. 오 시장에 대한 여성층의 호감도는 큰 파급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先주자로 나선만큼 약점에 대한 지적도 다양하다. 오세훈만의 ‘고유 브랜드’가 없다는 점,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어렵게 이기면서 생긴 ‘반쪽짜리 서울시장’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이 올해 안으로 약점들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지지층 확장에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뚫고 당선돼 정치력과 행정력을 검증받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단점은 존재한다. 김 지사가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 성향은 보수정당의 후보가 되는 데는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날카롭고 딱딱한 이미지를 아직 벗지 못한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아울러 국가 미래상에 대한 비전 제시가 뚜렷하지 않고 친이계 의원들이 김 지사를 밀어줄지 조차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