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박근혜 대항마 찾기 고심 중갖가지 경우의 수, 이미 물밑 작업은 시작
  • ‘견고(堅固)하다.’ 친이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쓸데없이 구설에 오르는 일도 없으며 해야 할 일만(?) 한다. 여기에 소위 친위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친박계 의원들의 응집력은 타 계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하다.

    박근혜 대세론에 가속도가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정치권 안팎은 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승승장구할수록 친이계 대권주자들은 속이 탄다. 좀처럼 지지율이 반전되지 않는데다,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주자들의 지지율을 살펴봐도 박근혜 대항마를 고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친이계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전 원내대표, 이재오 특임장관을 모두 합쳐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는 못 미치는 형국이다. 여기에 청와대도 힘을 실어주기는 커녕 “남은 임기동안 국정 운영에 집중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래서 섣부른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 친이계 주자들의 ‘대동단결’ 구도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예찬론까지 펼치며 내세운 개헌논의로 친이계 주자들을 모으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지만 친박계의 반발과 친이계의 소극적인 반응으로 결과는 안갯속이다.

    하지만 연못 속을 들여다보면 박근혜에 대항하기 위한 잠룡들의 치열한 물밑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지지율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박 전 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 자료사진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지지율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박 전 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 자료사진

    ◇ 목표는 지지율 15%

    여러 가지 사정이 있지만 친이계 대권 잠룡들이 섣불리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저조한 지지율이다. 박 전 대표가 3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차기 당 대표를 노리고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이 13.4%로 2위, 오세훈 서울시장이 8.1%로 3위, 손학규 대표가 7.4%로 4위, 김문수 지사가 6.1%로 5위를 기록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유시민 원장을 예상보다 많은 표차로 이기며 주목받았던 김 지사도, 그리고 최근 무상급식 논란의 중심에 서며 주민투표까지 이끌어냈던 오 시장도 주춤한 모습이다.

    단발적인 전국 이슈를 이끌어낸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직무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중앙정치권에 기웃거려봐도 아직까지는 누구하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지 않는다. 시기상조라는 것은 알지만, 현재는 뒤에서 관망하는 입장이라 마음만 급하다. 서울시 한 고위 관계자는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때를 기다리고는 있다. 언제 나서야할지를 조율하는 셈”이라고 했다.

    대권으로 나아가는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도 서울경기 예산안을 어느정도 마무리 시켜놓은 올해 하반기를 점치는 이들도 있고 총선을 앞둔 내년 3,4월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예 시장·도지사직을 유지하고 내년 7월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신중론자도 있으며 3선을 준비한다는 당찬(?) 포부도 있다.

    시점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필요 조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최소 지지율 15%는 안고 가야 한다는 분석이 그 것. 친이계 서울시 A 국회의원은 “다른 친이 대권 주자에 비해 빠르게 전면에 나선다면 선수를 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인데 그것도 지지율 15% 이상을 얻어 여권 단독 2위는 유지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박근혜도 약점은 있다

  • ▲ 출처 조선닷컴
    ▲ 출처 조선닷컴

    친이계 대권 잠룡들의 공통된 생각은 ‘어떻게 하면 박근혜를 이길까’이다. 한자리대 지지율을 가진 이들에게는 철옹성같은 대세론이지만 박 전 대표에게도 약점은 있다.

    지난 23일 한국갤럽의 박 전 대표의 지지 이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 보면 어느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표를 선호하는 지지자들은 ‘여자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 ‘아버지 박정희가 훌륭해서’가 각각 17.5%와 10.5%로 1,2위를 차지했다. 나라의 수장 대통령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신뢰(5%), 정직(2.7%), 호감(2.5%), 능력(3.8%) 등은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꼭 박근혜가 아니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여성후보가 출마한다면 이동 가능한 지지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재오 특임장관과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김문수 지사와 한강르네상스 등 역점사업에 매진 중인 오세훈 시장이 스스로 일궈낸 결과를 내세우며 ‘박근혜 무능론’을 펼친다면 진흙탕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또한 심상치 않은 북한의 기류도 박 전 대표에게는 조심해야할 분야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언뜻 여성 대통령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은 볼 수 있지만, 만약 대북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박 전 대표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전쟁에 대한 공포는 여성 후보로서는 극복하기 힘든 딜레마”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박 전 대표의 측근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경계를 나타냈지만, 독주 중인 박 전 대표에게 쏟아지는 견제구는 줄어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 오세훈 김문수 연합 전선?

    섣부르긴 하지만 친이계 연합전선으로 가장 먼저 부각되는 곳은 서울과 경기 단체장의 ‘의기투합’이다. 영원한 대권후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라는 타이틀을 빼더라도 이미 오 시장과 김 지사의 지지율은 한 때 2자리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격차는 크지만 2,3위의 연합은 1위에게는 심각한 위협이다.

  • ▲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들은 국회의원으로는 가지기 어려운 든든한 지지세력도 등에 업고 있다. 김 지사에게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안국포럼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광교포럼이 조심스럽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오 시장도 서울시청 내에만 수백명에 이르는 막강한 보좌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분위기도 모처럼 훈풍이다. 그동안 무상급식 논란에 따른 각기 다른 해결방안으로 다소 감정이 쌓인 듯 했지만, 구제역 사태로 곤혹을 치르는 경기도에 서울시가 자발적으로 예산 지원을 검토하면서 생긴 분위기다.

    여기에 김 지사는 직접 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오 시장에게 감사하다’는 의사도 밝히면서 박 전 대표의 독주에 새로운 변수가 생기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으켰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수도권 2200만 유권자들의 투표로 선출된 두 거물급 단체장이 손을 잡는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비록 두 사람의 지지율의 합이 박 전 대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승산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2위권 잠룡들의 연대는 아직까지는 고난의 행보다. 친박계의 거센 저항은 차치하더라도 자칫 본류인 청와대 쪽에서도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아직 야권 주자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권이 분열되는 움직임은 시기상조로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한나라당 내부의 결속을 공고히 다져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