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꿈꾸는 한나라당…그 속의 민주화 계승론박근혜 대항마를 찾기 위한 친이계의 노력, 그 결과는?
  • 분당(分黨)설, 총선 필패(必敗)론 등 당내 위기감이 움트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에 새로운 세력 구축이 예견되고 있다. 안상수-이재오-김문수 등 민주화 운동에 몸을 담았던 이력으로 당내 왼쪽 편에 서 있는 잠룡들이 바로 그들이다. 한나라당 민주화 계승론자들로 분류되는 이들은 지지율을 잃어가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회복할 수 있는 또하나의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구제역, 후원금 쪼개기 등으로 다소 주춤한 행보를 보였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8일 강원도 평창으로 향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한 협약을 위한 방문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이날 방문에서 마침 강원도지사 재보선 1박2일 지원에 나선 안상수 대표와의 만남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사의 의기투합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2번째다. 지난 4일 안 대표의 ‘박종철 열사와 6월 민주화 운동’ 출판기념회에서 악수를 나눈 이들과 또하나의 민주투사 출신 이재오 특임장관은 “한나라당이 민주화 정신을 잘 계승해야 한다”는 의견에 뜻을 같이 했다. 혼란스러운 정국 가운데 이뤄진 이날의 회동은 이후 이들이 한나라당 차세대 얼굴로 부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 ▲ 지난 4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4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세론에 밀린 재선 경기도지사와 상석 밟기, 자연산 파문 등으로 구설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당대표, 그리고 레임덕에 돌입한 대통령의 오른팔. 이 세 명의 공조체계는 아무리 봐도 자연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김두관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등 새로운 얼굴로 차세대 집권을 노리는 야당에 비해 박근혜 독주가 계속되는 여당에 퍼져있는 2인자 구인난에 대한 절박함이 이들이 신세력을 구축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분명히 존재한다.

     

    ◇ YS에서 시작한 한나라당 민주화론…과연 힘 얻을까?

    지난해부터 “한나라당의 저력은 민주화 세력”이라며 계몽론을 입에 담기 시작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민주화계승론의 원류라 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얼마 전 결혼 60주년 기념 회혼식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동지 여러분과 더불어 이 땅에 군사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룩해낸 일이 가장 잘한 일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민주화 운동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박정희 비판’으로 보수단체로부터 화형식(?)을 당할 정도로 비난도 많이 받는 김 전 대통령이지만,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한나라당 내부에서 상당한 반성을 가져오고 있다.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은 “한나라당이 젊은 층 특히 수도권 386세대에게서 소위 꼴통이라는 이미지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라며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론이 다소 현실이나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꼭 한번 짚고 넘어야 할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발탁한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 세력이다. 안상수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이 특임장관은 “한나라당이 어두운 시절에 민주화 운동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잘먹고 잘사는 ‘웰빙당’ 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아직 남아있는 독재의 잔재를 거두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할 단계”고 강조했다. 김 지사도 “한나라당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독재당 혹은 민주주의 탄압당이 아니냐고 하는데 한나라당에는 산업화, 건국 세대 뿐 아니라 민주화 세력의 주류가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들 잠룡들이 한나라당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개혁에 다가서려는 투쟁 의지는 갈무리했지만, 여전히 개헌을 전도하는 이 특임장관과 이승만 찬양과 통일론을 제창하는 김 지사의 독자적인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동고동락한 민중당 실패 이후 신한국당으로 전향한 이들이 한나라당에서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친박계와 소장파 그리고 친이계 원로들

    한나라당 민주화 계승론자들은 당 내부에서 비주류 중에 비주류다. 사실상 계파로 나누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몇몇 인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원들이 민주화·인권·노동운동 등에서 소위 한가락 하는 이력 하나쯤은 다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집단을 민주화 세력으로 지칭할 수도 없다.

    다만 한나라당 세대교체론의 콘셉트의 한 경우의 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친이·친박계간 대결 구도에서 박근혜 대항마를 찾는 이들이 내세울 효과적인 ‘전략 카드’라는 의견이다.

  • ▲ 왼쪽부터 정두언 최고의원,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연합뉴스
    ▲ 왼쪽부터 정두언 최고의원,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연합뉴스

    친이계 한나라당 중진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집권 말기에 이른 친이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박계와의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지지기반을 잃은 MB식 정책보다는 좀 더 좌클릭하는 개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친이계의 좌향좌 움직임은 조기 전당대회설이 떠도는 당 안팎에서 민감하게 감지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소장파가 들어섰다. 소장파 남경필 의원은 15일 한 특강에서 “쪽팔리는 보수의 시대”라며 ‘보수적 자유주의 운동’을 제안했다. 홍준표 의원은 아예 당대표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의 관건은 야당은 단일화에, 여당은 세대교체에 달려있다”고 단정지었고 원희룡 사무총장·나경원 최고위원 등도 당 개혁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 소장파만으로는 박근혜 대세론을 극복하거나 실추된 한나라당 이미지 회복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

    때문에 대두되는 방안이 민주화 계승론자들과의 전략적 연대다. 고전이 예상되는 4·27 재·보선 이후 조기전당 대회를 열고 개혁성향의 당 대표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분수령은 친박계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와 한나라당 영남권 원로들이 어디에 힘을 실어주는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 세력들의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도 또하나의 변수다.

    어떤 의미에서든지 개혁을 원하는 소장파로서는 김문수, 이재오 등 대권주자의 영입이 필요하며 반대로 이들 대권주자들은 당내 입지를 굳히는데 손을 내밀어줄 세력이 필요한 것은 명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