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4년간 ‘구애’의 결실평택은 물론, 충남·북 경제발전의 새로운 전기 마련
  • 국외로 나간 우리 기업의 국내 유턴 신호탄이 될 것인가. 값싼 노동력과 규제가 덜 한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각종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도 평택에 삼성전자가 매머드급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하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경기도와 삼성전자가 23일 맺은 평택 고덕신도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용지에 입주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이날 입주협약에 따라 도는 평택시 모곡동, 지제동, 장당동, 고덕면 일원에 조성하고 있는 고덕신도시 내 산업용지 395만㎡ 전체를 삼성전자에 일괄 공급한다.

    산업용지 사업시행자인 경기도시공사는 삼성전자와 내년 상반기에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6월부터 부지조성공사에 들어간다. 공사는 2015년 12월 마무리를 목표로 하며, 조성사업비는 2조4천300억원 규모다.

    경기도의 이번 삼성전자 유치는 2005년 4월 ‘주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지원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비롯됐다.

    2007년 평택지원특별법을 근거로 당시 건교부로부터 도가 397만㎡를 산업단지 공급물량으로 특별배정 받은 후 지난해 1월 대기업의 수도권 입지가 제도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성사됐다. 무엇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취임 후 삼성전자를 향한 도의 4년에 걸친 ‘구애’가 통했다는 게 협약체결 당사자들의 한목소리다.

    가칭 ‘삼성고덕산업단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입주 규모 때문. 입주예정면적 395만㎡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면적의 2배가 넘으며, 삼성전자 아산 탕정 1산업단지와 2산업단지를 합친 458만㎡의 87%에 육박하는 규모다.

    도 관계자는 “고덕신도시 산업용지 부지는 반도체 라인 10개 이상을 신설할 수 있는 면적”이라며 “반도체 라인 5개만 신설해도 최소 50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7천500명 정도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말까지 부지조성을 끝내겠다는 계획만 밝힌 상태지만, 기흥과 화성에 이어 고덕산업단지에도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친환경 신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소와 태양전지, AMOLED, 바이오시밀러, 헬스케어 등 신재생에너지사업 관련 생산라인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삼성전자는 바이오제약 등 신수종 사업을 추진해 2020년에 이 사업만으로도 50조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삼성의 고덕신도시 입주로 수원의 디지털시티, 기흥·화성·온양의 나노시티, 천안·탕정의 디스플레이시티와 함께 한국경제 발전을 이끌어갈 또 하나의 최첨단 단지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삼성전자 유치는 주한 미군기지 이전 지연으로 사업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기도와 평택시는 물론, 인근 충남·북 지역까지 경제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 23일 경기도와 삼성전자는 평택 고덕신도시 내 산업용지 입주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도의 이번 삼성전자 유치로 평택시가 수도권 남부 중심도시로 발전함은 물론, 인근 충남·북 지역도 경제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날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김선기 평택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 23일 경기도와 삼성전자는 평택 고덕신도시 내 산업용지 입주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도의 이번 삼성전자 유치로 평택시가 수도권 남부 중심도시로 발전함은 물론, 인근 충남·북 지역도 경제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날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김선기 평택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 삼성전자 어떻게 유치했나

    이번 쾌거는 김문수 도지사가 지난 민선 4기부터 쏟아 부은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 도청 안팎에서의 냉정한 평가다.

    2007년 9월 평택지원특별법에 의거, 397만㎡에 이르는 대규모 산업단지 공급물량을 특별배정 받은 도는 삼성전자 투자유치와 수도권 규제 개선에 전념했다. 당시에는 투자를 하고 싶어도 대기업의 수도권 진출을 금지시킨 법령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2009년 1월 정부가 대기업의 수도권 입지가 가능하도록 산집법 시행령(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법에 관한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삼성전자 투자유치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김문수 지사는 2008년 12월, 2009년 5월과 8월, 올해 2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본사와 수원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진행과 지원절차 문제를 협의했다.

    김 지사가 “평택지역은 우수 인력 확보가 쉽고, 도로·항만·공항 등 사회간접시설이 발달한 곳”이라며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를 유치, 미군기지 이전 지연과 쌍용자동차 파업 등으로 고통 받아 온 평택지역주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삼성 측을 설득하길 여러 번. 마침내 이번 고덕지구 입주협약으로 그 결실을 보게 됐다.

    ◇ 삼성전자 유치 효과는?

    삼성전자 유치를 가장 반기는 곳은 평택시민이다. 주한 미군기지 이전 지연과 쌍용자동차 파업 등으로 경제파탄 직전에 몰렸던 평택시는 이번 삼성전자 유치로 지역경제를 일거에 회생시킬 수 있는 호재를 맞게 됐다.

    김선기 평택시장은 “42만 평택시민과 함께 삼성전자의 고덕사업장 신설을 환영한다”며 “삼성전자와 평택시가 서로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조를 통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유치로 평택시는 수도권 남부지역의 중심도시로 성장함은 물론, 중국과 인접한 환황해권 국제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들어설 고덕국제신도시는 충청지역과 인접해 있어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지방과의 상생발전과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유치는 해외 이전을 고려했던 국내 기업과 외투기업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투자한 금액의 3배 정도에 이르는 협력업체 자금이 고덕신도시로 몰려들 것”이라며 “실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고려하던 외투기업이 삼성전자의 고덕신도시 입주 소식을 듣고 평택으로 이전을 결정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지사도 이날 협약식에서 “삼성전자는 지금 중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최첨단, 최대 규모의 투자를 이번에 바로 대한민국에 하게 됐다”며 “소위 말하는 재벌회사가 기업 하기 어려운 곳이 대한민국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경기도와 평택을 택했다는 데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 삼성전자가 23일 경기도와 평택 고덕신도시 내 산업단지 입주협약을 체결하면서 그동안 미군기지 이전 지연으로 사업시기가 늦어지고 있던 고덕국제신도시 개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단지 위치도.ⓒ
    ▲ 삼성전자가 23일 경기도와 평택 고덕신도시 내 산업단지 입주협약을 체결하면서 그동안 미군기지 이전 지연으로 사업시기가 늦어지고 있던 고덕국제신도시 개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단지 위치도.ⓒ

    ◇ 고덕국제신도시 추진 급물살 타나

    고덕국제신도시는 주한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에 따른 지원 대책으로, 평택지원특별법에 의해 지정됐다. 수도권 국제화를 위한 전략적 중심도시 건설을 목표로 평택시 서정동, 고덕면 일대 1천748만㎡에 LH와 경기도, 경기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가 공동 조성하고 있다. 전체 지분의 85%를 LH가 갖고 있으며, 5만9천여세대, 17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는 고덕국제신도시를 미군기지, 평택항, 황해경제자유구역과 연계해 ‘택지와 산업단지가 어우러진 도시’ ‘한미 전통문화가 숨쉬는 화합도시’ ‘친환경 첨단산업도시’ 등의 도시개념을 적용해 직주 일체형 도시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가 입주할 395만㎡ 면적의 산업단지는 경기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경부선 철도, 평택~음성 고속도로와 접해 있어 교통 여건이 뛰어나다. 현재 84%의 토지보상이 이뤄진 이 지구는 미군기지 이전에 맞춰 당초 2013년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미군기지 이전 지연으로 사업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도는 삼성전자 유치로 지지부진했던 신도시 개발 일정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