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민주당, "일단 예산처리하겠다."마지막 TV 끝장토론에 한가닥 희망 걸어
  • 무상급식 예산안과 관련, 서울시의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연말까지 예산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은 피할 수 있게 됨 셈이다.

  • ▲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연합뉴스
    ▲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연합뉴스

    ◇ 몸 달은 서울시 민주당, 일단은 먼저 타협안 내놔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시와 교육청의 내년 예산안을 다음주부터 심의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안 심의 지연으로 빚어질 시민의 불편과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정례회 회기를 29일까지 연장하고 예산안을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22일 상임위원회, 23∼28일 예결위원회를 열어 시와 교육청의 예산안을 심의하고서 29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양 측이 한발도 양보하지 않으려던 상황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먼저 타협의 손길을 내민 것은 예산안이 연말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책임 공방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12월 31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편성되며 이에 따라 모든 서울시 사업이 중단돼,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예산안 의결권을 가진 주체인 시의회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도 "시의회의 예산안 심의는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당연한 일이다"며 "시민의 삶과 시의 미래와 경제, 일자리 창출을 말살하는 시의회의 보복성 삭감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상급식 항목을 새로 만들거나 예산을 늘리면 법적 조치를 통해 저지하겠다"며 "시의회는 다수 만능주의에 빠져 예산 편성, 심의, 의결 모두를 자신이 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에서 벗어나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 오세훈 서울시장ⓒ뉴데일리
    ▲ 오세훈 서울시장ⓒ뉴데일리

    ◇ 오세훈 시장 시정 질문 불참, 비난 피하기는 어려워

    그동안 서울시의회가 예산안 처리를 미루면서까지 서울시를 압박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정 질문을 불참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자치법 42조는 단체의 장이나 관계 공무원은 지방의회나 그 위원회가 요구하면 출석ㆍ답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이같은 현행 자치법을 단체장이 지키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맹점을 이용했다. 오 시장 측은 두 번의 시정 질문을 참석했고 그 이후 “더 이상 답변할 가치도 없다”는 식의 논리로 불참을 정당화했다.

    굳이 시정 질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법적 공방으로 번지거나 시의회에서 탄핵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당장 벌어질 경우의 수는 없다는 것을 감안한 행동이다.

    시의회 민주당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발 물러난 이유도 사실은 여기서 기인한다. 나중에 책임을 묻더라도 일단은 시의회의 본래 책무는 하고 나서 하겠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시의회가 예산안을 연말까지 무사통과시킬 경우 칼자루는 다시 민주당 의원들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전면적인 공세가 퍼부어질 전망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오세훈 시장이 지방의회의 권한을 규정한 헌법과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며 "지방자치법 위반과 관련해 오 시장을 대법원에 고소하고, 법정기한 내 예산안 심사를 못하게 조장해 의회 권한이 침해됐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 마지막 쟁점, TV 토론에서 끝장 보자

    하지만 아직 쟁점은 남았다. 전면 무상급식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 측과 이를 강행하려는 시의회가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최근 경기도가 기적적으로 합의를 도출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 한 가닥 희망은 남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18일 오후 11시10분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무상급식을 주제로 토론을 한다.

    이날 토론에는 오 시장과 이 최고위원, 서울시의회 김정재(한나라당) 의원, 김종욱(민주당) 의원 등 4명이 출연한다.

    이들은 무상급식 논란의 쟁점을 따져보고 절충점과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시청자와 방청객도 토론에 참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은 “‘전면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골조를 가진 무상급식 조례가 이미 통과된 이상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면서도 “만약 시의회가 조례안을 포기한다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