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활동’ 위키리크스 폭로 우회적 비난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위키리크스 폭로로 드러난 자신의 개인정보 중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자신은 몸에 딱 달라붙지 않는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는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크린까지 활용해 자신의 신발 사이즈와 약지 길이, 신용카드 번호 등도 공개했다.

    이날 반 총장이 ‘사각팬티’ 관련 발언을 쏟아낸 연유는 미국 국무부가 자국 외교관들에게 유엔 고위층 인사들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지시했다는 비밀문건이 공개, 파문을 일으킨 데 대해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

    이에 앞서 반 총장은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만찬에는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공개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참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의장을 맡고 있는 라이스 대사는 미국 뉴욕에 널리 퍼진 빈대들을 퇴치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은 유엔 고위층의 신용카드 번호와 이메일 주소, 전화 및 팩스 번호, 심지어 생체정보까지 수집하는 사실상의 스파이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만찬에서 외계인을 만날 지구대표를 선정하는 설정극으로 장내를 웃음 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반 총장은 “유엔총회장이 거대한 우주선 모형을 하고 있는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외계인을 만날 지구 대표를 선정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대기권 밖(outerspace) 전권대사'로 선정했다고 발표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