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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 “내국인-대중국 관광자원 가능성 충분” 큰 기대감
인천항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 교각을 따라 7km북쪽 갯벌앞 경인항만건설단 전망대. 낮게 깔린 석양 아래 하늘로 뻗은 대형크레인 4대가 바쁘게 자재를 옮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엔 이미 거의 모습을 갖춘 수문이 이미 우뚝 솟았다. 경인아라뱃길 경인항 공사장이다. 한쪽엔 길죽한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다에서 배가 들어오는 서해갑문이다.
컨테이너 부두는 벌써 모양을 갖췄다. 바다를 향해 왼쪽으로는 영종도로 놓인 인천공항고속도로교량과 공항철도가 위엄있게 내려다보고 있다. 2011년 10월 완공까지 1년남짓 남은 경인아라뱃길 현장을 13일 찾았다. -
- ▲ 아라뱃길 공사현장 전망대인근. 멀리 시천교 워터프론트의 핵심인 시천교 교각공사현장이 보인다.
800여년전 고려때도, 조선때도 수로 파다 실패
“이곳이 서해와 수도 서울 한강을 잇는 동맥의 첫 관문입니다. 내년 10월이면 인천엔 새로운 강이 생기는 셈입니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듯 현장 현장안내를 맡은 수자원공사 경인항만건설단 김경효 과장의 목소리도 상기돼 보였다.아라뱃길은 인천 서구 오류동(서해) ~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을 잇는 뱃길로 완공되면 서해, 중국, 동남아와 수도 서울의 한강을 잇는 혈관구실을 하게 된다.
아라뱃길은 배가 나닐 수 있는 수로는 평균수심이 6.3m, 수로 저폭이 80m, 총 길이가 18km이다. 이중 14km는 홍수시 물을 빨리 서해로 흘려 내보내는 방수로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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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식(오른쪽끝) 수자원공사 차장이 견학온 인천 공무원들에게 아라뱃길을 설명하고 있다.
“시천교 현장사무소 바로앞에 유람선 선착장이 위치하게 됩니다. 지난 10여년간 공사로 파 놓은 수로를 배가 다닐 수 있게 정비하고 수변공간을 꾸미는 사업입니다. 내년10월 첫 유람선 운항을 보실 것입니다. 지금은 관광명소를 만드는 데에도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환경생태팀 박상우차장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모르는 사람들이 ‘운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수로는 지난 92년부터 10여년간 공사를 한 홍수 방어시설이다. 굴포천 유역의 홍수를 막기 위해 물을 내보낼 목적으로 만들었다.
굴포천 유역은 134㎢ 면적에 서울 강서구, 인천 부평, 계양구, 부천, 김포시에 걸쳐 인구150만이 이웃하고 있다. 평균고도가 해발 21.5m이지만 면적 40%가 해발 10m 이하 저지대이다. 굴포천 수위는 홍수시 6.5m에 불과, 한강 10.6m보다 낮다. 그러니 불어난 물이 한강으로 자연배수 되지 않는 상습수해지역이다. -
- ▲ 아래뱃길의 파크웨이 조감도.
1987년 침수로 사망 16명에 재산피해 420억원, 1990년엔 재산피해 105억원 등 수재가 이어졌다. 그래서 굴포천의 물을 한강으로 빼지 않고 수로를 파 서해로 내보내자는 구상에서 1992년 12월 시작한 것이 굴포천방수로 사업이다.
사업 중에도 1995년 농경지침수, 1998년 농경지와 가옥 563채 침수, 1999년 112억원 등 인명과 재산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수로를 만든 뒤에도 수로만으로 활용하기엔 문제가 있었다. 지역은 둘로 나뉘어 주민들의 불편을 늘었고 1년에 물이 흐르는 기간은 우기 3개월 정도였다. 게다가 몰래 쓰레기투기를 하는 사례도 빈발해 관리도 어려워졌다.설상가상으로 환경문제, 사업성, IMF사태 등으로 시간이 흘러가다 2002년 중단되다시피 했다.
10여년간 끌어오는 동안 주민들의 불편은 가중됐고 ‘빨리 완공해 달라’는 민원이 높아만 갔다.
그러다 2003년 경인운하 재검토 결정이 나고 2005년 방수로 2단계사업이 착공되고 수로 아래폭도 20m에서 80m로 확장됐다. -
- ▲ 한창공사중인 서해갑문. 배가 드나드는 시설이다.
2008년엔 KDI 검토에서 비용대 수익 분석이 1.07(1이상이면 타당)로 나타났다. 경제적 타당성까지 검증되니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수로와 한강 사이 굴착하지 않은 3.8km를 추가로 잇는 공사도 2009년 착공됐다. 이름도 우리말로 바다를 뜻 ‘아라’, ‘아라리요’의 ‘아라’에서 따와 아라뱃길로 바뀌었다.
불편 겪은 주민에게 휴식-관광-환경 선물
최근 서울에서 이어지는 아라뱃길 자전거도로 계획이 확정 발표됐고, 관광명소 8곳을 꾸미는 ‘수향8경’ 구상도 공개됐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워졌고 견학도 늘었다. 현장을 찾은 날도 인천시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사 공무원 등 40여명이 시천교 인근 전망대 홍보관을 찾았다.
“아라뱃길의 가치는 뱃길만이 아닙니다. 수로를 따라 형성된 친환경 휴식장소인 파크웨이와 8곳에 조성될 명승지 ‘수향8경’이 핵심입니다. 수향은 물과 고향의 뜻이 합쳐진 말입니다.” 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 공사1팀 김현식 차장이 홍보관의 입체 모형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뱃길은 왜 만들게 됐나요?” 한 관람객이 이슈가 되었던 ‘운하’에 관한 의문을 던졌다.
“운하로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 원래 굴포천 유역에 끊이지 않던 홍수를 막기 위해 자연배수용으로 판 수로입니다. 92년부터 민자사업으로 이미 수로 공사가 진행돼 15.6km 수로를 만들고 마무리를 못해 오히려 지역주민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수로가 방수로로만 기능을 하니 비가 안 오는 시절엔 흉한 모습이 됐습니다.”김 차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라뱃길은 기능적인 용도와 문화 경제적인 용도가 있습니다. 홍수방어용 방수로가 첫번째 기능입니다. 두번째는 이미 있는 수로를 홍수방지에도 활용하고 평소에는 뱃길을 이용 화물선, 유람선을 띄우자는 아이디어를 더했고, 세번째는 뱃길 주변을 관광자원, 문화화 휴식을 즐기는 장소로 꾸며 주민에게 돌려주자는 개념까지 더해졌습니다”
김 차장의 계속되는 설명에 관람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가 가로막히면 수로에 접근이 어렵지 않나요?” 큰 도로로 가로막혀 시민과 강이 단절된 한강같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 한 시민의 질문이 이어졌다.
“원래 수로변에 6차로의 유료도로를 운영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되면 수로에 접근하기 어렵고 경관도 나빠집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그동안 고통을 받은 주민들은 물론 수도권 시민들에게 수로 주변을 아름다운 휴식공간으로 제공해주자는 아이디어를 보탰습니다. 수로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2차로의 경관도로를 내고 도로와 수로사이 수십m는 친수공간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지친 기색도 없이 이어지는 김 차장의 설명에 관람손님들은 궁금증을 해소한 표정이었다.뱃길 이외 아라뱃길이 시민들에게 가져다 줄 선물은 김 차장의 설명대로 크게 2가지다. 수로를 따라 이어진 선형 녹지축 파크웨이가 첫번째 선물이다. 파크웨이는 긴 물길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이벤트광장, 뱃길 전망공간, 야생화산책길이 조성된다. 시천교 인근엔 시천워터파크, 귤현교 인근엔 귤현프라자, 야생화테라스, 조형갯벌, 해안들판, 들판도크, 안개협곡 등 등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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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도로 단면
또 리버사이드파크, 시천교워터프론트, 두물머리 생태공원 등 관광거점 ‘수향8경’이 두번째 선물이다. 또 아라뱃길 양측을 따라 왕복 42km가량 이어진 자전거 도로는 서울에서도 이들 명소로 곧바로 접근할 수 있다.
대부분 구간이 수로를 기준으로 보행산책로, 인라인로, 자전거길 순서로 배치된다. 자전거보다 눈높이가 낮은 보행자가 수로를 감상하기 좋게 한 섬세한 배려다.
이날 견학을 나온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공무원 김 모씨는 “한강 남북의 도로처럼 수로를 가로 막으면 안 된다. 수로에 쉽게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주변 수변공간에 이벤트 휴식공간과 물류기능을 조화를 이루도록 하면 대성공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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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라뱃길의 2경 인천터미널의 인공섬.
그는 또 “유럽운하도 많이 봤다. 경인운하 단계에서도 나름대로 사업을 공부했었다. 서울 중앙까지 수로가 연장되고, 실제 서울 한복판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뱃길을 이용해 서해나 중국 동남아로 갈 수만 있다면 이 뱃길은 관광 인프라로서도 대히트를 칠 것이다.”며 나름대로 발전방향도 제시했다.
김현식 차장은 이날 “아라뱃길이 완공되면 인천시민에겐 그동안 없었던 강이 생기게 되고, 수도권 시민모두가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이 생기게 됩니다.”라며 “아라뱃길을 통해 중국과 동남아가 연결되면 개항으로 근대화를 열었던 인천이 새로운 대한민국 발전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선박이동 폭발적 증가 가능성”
여행관광업계 관계자들도 아라뱃길 인근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가 얼마나 갖춰지고 있는지 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 여행사 관계자는 “여건만 갖춰지면 외국 관광객을 위한 2박3일코스 상품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밝히고 “무엇보다 수도권 2000만 시민의 접근성이 좋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 상하이와 인천이 가깝다. 상하이는 중국 개방의 상징이다. 중국과 한국간 비즈니스 여행과 관광여행 수요는 예상외로 폭발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하루하루 다르게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아라뱃길 현장을 보는동안, 쉴새없이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유럽도시의 유람선모습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아름다운 건축물이 강변에 줄지은 베를린의 슈프레강이나, 중세 고성(古城)이 내려다보는 체코 프라하의 블타바강에 비해 화려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유럽의 유람선이 과거를 따라 흐른다면 아라뱃길엔 대신 휴식과 미래가 흐를 것이다. 또 자연과 인공이 어울리는 풍광은 유럽의 도시가 갖지 못한 멋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나라 첫 뱃길, 서해와 서울이 하나로 이어지는 1000년 꿈이 열리는 시간이 1년 남았다.
◆역사속의 ‘아라뱃길’은....
1170년 고려 무신정권 때도 시도....
해방 후 60년 대도 검토하다 포기
‘1000년 뱃길의 꿈’ 마침내 내년 완공경인아라뱃길은 21세기 대한민국만의 사업은 아니었다.
경인 아라뱃길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각 지방에서 거둔 조공을 운송하던 조운(漕運) 항로는 김포와 강화도 사이였다. 만조때만 운항이 가능했고 그나마 물살이 강해 배가 난파되는 일이 잦았다.1134년 고려 인종때 첫 시도한 이래, 1170년 고려 무신정권시절 안정적인 조운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당시 실권자인 최충헌의 아들 최이는 손돌목을 피해서 갈 수 있도록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굴포운하를 시도했다.
인천시 서구 가좌동 부근 해안에서 원통현(일명 원통이 고개)과 지금의 굴포천을 거쳐 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운하가 시도된 바 있으나 원통현 400m 구간의 암석지대를 뚫지 못해 결국 수로건설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조선시대에도 역시 기술부족으로 실패하고 해방을 맞았다. 1966년 서울시 영등포구 가양동에서 인천시 서구 원창동 율도까지 총연장 21km, 수심 4m, 하폭 90m의 수로 건설이 추진됐으나 경인지역의 급격한 도시화와 지역개발로 다시 흐지부지됐다. 이렇듯 아라뱃길사업은 오랜 시간동안 여러 차례 실패했던 숙원사업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완성한 뱃길조성사업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아라뱃길은 내년 10월 첫 배가 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