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재자’가 필요한 대한민국
    -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갈등관리 인프라의 구축 -

    <젊은이의 발언/한국선진화포럼 9월 주제 ‘노사관계의 안정과 사회갈등 해소’>

    이시하 (선진화홍보대사 6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2)

    한 사회 안에는 다양한 시각과 이해관계를 지닌 구성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갈등 없는 사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 내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2008년 미디어법 통과, 2009년 쌍용 노조파업, 용산 철거민 참사, 2010년 세종시, 4대강 사업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OECD 27개국의 평균 사회갈등지수는 0.44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71로서 세계 4위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9월 28일 한국선진화포럼의 제 48차 월례토론회에서는 ‘노사관계의 안정과 사회갈등 해소’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졌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이념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적 권위’가 바로서야 한다고 보았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갈등의 해결을 위해선 연대와 공존, 타협과 절충의 문화가 필요하며 이는 시민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갈등은 다양한 견해를 가진 집단 간의 의사소통 방식인 동시에 사회통합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지닌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갈등’만 있고 이것이 ‘통합’으로 이어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갈등이 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며 이를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상대방의 논리는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이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갈등이 계속되기 일쑤이다. 그러므로 공감과 경청, 타협의 문화가 확산되어야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
    공감과 타협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시민교육이다. 그러나 시민교육만으로는 이러한 문화가 단기간에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인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일환으로 갈등을 조정할 중립적인 ‘제3의 기구’를 설립하고, 갈등조정전문가를 양성하여 갈등관리 인프라가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만 이것이 시민교육과 맞물려 갈등을 조정하는 문화가 효과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90년 ‘행정분쟁해결법’을 제정하였는데, 이 법은 행정기관별로 갈등해결 정책을 개발하고, 부처의 장은 갈등관리전문가를 고위직에 선임해야 하며, 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갈등관리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연방정부 각 기관은 갈등관리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등 국가 차원의 갈등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다.
    최근 한국공인노무사회에서는 ‘갈등조정전문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한국갈등해결센터’가 출범하는 등 민간 차원에서 갈등관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노력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갈등관리에 대한 법적 결과물은 2007년에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공공기관 갈등예방 및 해결에 관한 법령’이 전부인데, 이는 권고사항에 그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한,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에는 국무총리실에 사회위험갈등관리실이 신설됐는데 조직개편 과정에서 사라졌다. 각 부처에 소속된 갈등관리 위원회가 17개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1년에 한두 차례 회의를 열거나 서면회의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미비한 실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갈등은 우리나라의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갈등에 대한 인식과 국가적인 논의가 부족하고, 갈등관리를 위한 법적∙인적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다. 새가 비상하기 위해서는 좌우 날개가 동시에 날갯짓을 해야 하듯이, 사회구성원들간의 갈등을 조정하여 성숙한 사회 통합이 이루어져야 만이 우리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우리나라의 ‘중재자’ 역할을 해줄 인적 자원과 제도적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생각해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