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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직 (사)시대정신 이사장의 “보수는 반공주의, 진보는 종북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안병직은 틀렸다”며, 반공을 더 강화해야지 버릴 일이 아니라는 반론과 그에 따른 재반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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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근찬 한국사이버대 교수ⓒ뉴데일리
안병직 이사장의 주장과 조갑제 대표 측 주장은 각기 명확한 논리를 갖고 있어서 그 자체로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각기 상반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결국 어딘가에 모순이 숨어 있거나, 사용되고 있는 단어의 의미가 사실은 서로 다르거나, 전제되어 있는 가정이 잘못되어 있다는 말이 된다.
두 주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면서, 동시에 안보에 문제가 없는 나라”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 두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는 한데 안보가 허술해서 장기적으로 국가를 보전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동시에 국가는 보전했지만 자유가 없는 공산독재 체제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일단 없다고 본 다. 그렇다면 결국 이번 논쟁은 같은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구조건과 그 전제에 있어서 양측이 서로 상반되어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두 주장을 요약하자면, 안병직 이사장은 반공을 버려야 사상의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목적을달성할수 있다고 하는데 반해, 조갑제 대표는 반공을 더욱 철저히 해야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게 되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디에 이런 상반된 결론이 도출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일까?
이는 위 주장이 근거하는 가정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안병직이사장은 이제 우리의 ‘국가 역량’이 충분하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약간의 친 공산주의 세력이 있다 한들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주장을 한 것이다.
반면에 조갑제 대표는 우리의 국가 역량이 안심할 단계가 아니므로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반공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주장이 근거하고 있는 국가역량에 대한 평가에서 차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안병직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시민으로서의 성숙도가 충분하며,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나 북한의 끊임 없는 위협, 내부의 종북 세력의 위협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그리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매우 낙관적이다. 반면에 조갑제 대표는 이런 점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낙관할 수준이 아니며, 헌법을 문란케 할 소지가 있는 행태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분의 논점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느낌이 들지만, 이상의 논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본다면, 결국 우리의 안보태세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두 주장의 진위가 가려지게 된다.
우리의 안보태세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질문들은 상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될 것 같다:
우리의 안보는 자유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국가들인 미국이나 일본, 영국 같은 나라처럼 스스로를 지킬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중국, 북한과 접하고 있는 우리의 지정학적 특수성은 무엇인가? 북한의 정세와 핵은 우리의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안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동포를 압제로부터 구해내는 데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시민정신은 이들 나라만큼이나 뿌리를 튼튼히 내릴 만큼 역사를 축적하고 있는가? 국내 반 헌법 세력의 규모와 위협 정도는 어떠한가?
마지막으로는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 “이들 질문에 대한 나의 관점이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시키는 궁극적인 목적에 어떤 작용을 할 것인가?”문근찬
한국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