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든 산천과 갈라진 겨레는 어떻게 하고 가나…"

    지난 10일 타계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황 전 비서의 수양딸 김숙향(68)씨를 비롯해 명예 장의위원장을 맡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 참석자들은 국민의례에 이어 잠시 묵념한 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낭독한 황 전 비서의 약력보고를 들었다.

    다음 순서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조사(弔詞)와 ,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전 김일성대학 교수), 수전 솔티 여사(대북단체 디펜스포럼 대표)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영결식에서는 또 2008년 1월 고인이 쓴, `이별'이란 제목의 시가 낭송돼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황 전 비서는 이 유작 시에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예감한 듯 "값없는 시절과 헤어짐은/아까울 것 없건만/ 밝은 앞날 보려는 미련/달랠 길 없어/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가나/걸머지고 걸어온 보따리는 누구에게 맡기고/가나/정든 산천과 갈라진 겨레는/또 어떻게 하고"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과 친필 편지, 저작 등을 담은 추모영상을 지켜본 뒤 영정 앞에 헌화하고 분향하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전했다.

    고인의 시신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겨져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장된다.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로 명성을 떨치다 1997년 탈북해 북한 독재정권 반대 활동에 전력해온 황 전 비서는 공교롭게도 김정은 3대 세습이 전세계에 공표되던 북한의 당창건 기념일에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마감했다.

    황 전 비서에게는 12일 1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으며, 보훈처는 그 다음날 고인의 시신을 현충원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