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함까지 왜 이래? 신형무기 말썽 그칠 날 없다軍, 필요한 무기 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무기 만들어
  • 신형 전투화부터 신형 미사일 고속함까지 우리 군이 ‘최고’라며 자랑했던 신형 장비들에서 계속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군은 이에 당혹해하지만 민간 군사연구가들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간 군사연구가들은 “제발 보여주기 위한 무기 말고, 싸울 수 있는 무기를 만들라”고 주문한다.

    신형 미사일 고속함 불량

    지난 9월 29일 국방부에서는 신형 전투화 불량 문제에 대한 국방부 감사관실의 브리핑이 있었다. 브리핑 내용은 방위사업청 직원의 국방규격 임의변경, 국방기술품질원의 객관적인 품질검사 규정 무시, 제조업체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합쳐져 ‘짝퉁 등산화’만도 못한 전투화를 보급했다는 것이었다. 브리핑 이후 국방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우리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답했다.

    지난 9월 30일에는 신형 미사일 고속함이 직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신형 미사일 고속함은 취역한 지 20년이 넘는 참수리급 고속정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신형 전투함이다. 해군은 이 신형 미사일 고속함에 2002년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장명들의 이름을 붙이는 한편 2016년까지 2조4,000여억 원을 투입해 24척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 ▲ 직진 항행을 못하는 문제는 민간 군사연구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동력체계 문제로 알려졌다.ⓒ
    ▲ 직진 항행을 못하는 문제는 민간 군사연구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동력체계 문제로 알려졌다.ⓒ

    신형 미사일 고속함은 함대함 미사일 4발과 76mm 포, 40mm 포를 탑재하고, 신형 탐색추적 레이더와 전자광학장비로 북한군 고속정, 어뢰정들을 접근조차 하기 전에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최고의 고속정으로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건조비용도 800억 원대다.

    하지만 이 신형 미사일 고속함은 그 제원이 공개된 뒤부터 민간 군사연구가들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제기된 문제는 거대한 선체에 비해 약한 출력, 스크루 추진축 결함, 전투시스템 통합 부문 등 대부분 설계 결함에 대한 것이었다.

    군은 이런 민간 군사연구가들의 주장을 묵살하다시피했다. 그러다 2009년 11월 워터제트 엔진의 윤활유 누유 현상, 디젤 엔진의 에어탱크 결함, 항해 레이더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 등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 언론은 “실전 배치 이전 90여 건, 취역 후 2개월 간 60여 건이 넘는 문제가 생겼었다”고 보도했다. 군은 언론보도 이후 후속조치를 통해 신형 미사일 고속함의 결함을 모두 해소한 것처럼 알려왔다. 그러다 이번에야 신형 미사일 고속함의 추진기 설계에 결함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계속 드러나는 신형 무기 불량

    군 당국은 천안함 사태 이후 계속 드러나는 신형 무기와 장비의 불량 문제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달은 눈치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육군 장비에 이어 해군 전투함마저 문제를 드러내자 기자들 앞에서 관계기관에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신형 무기 부실문제는 여전히 ‘지뢰밭’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 두 종류의 무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 문제들은 특히 화력과 직결된 부분이라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민간 군사연구가들이 걱정하는 신형 무기 문제도 있다. 전투함 시스템 중 하나와 현재 개발 중인 항공무기, 정보 시스템과 관련된 장비들이다. 이 무기들은 군이 ‘최첨단’이라고 자랑했던, 고액의 무기 체계들이다.

    “자주국방, 대기업 맹신, 기술검증 능력 부족 등이 문제”

    한편 계속 드러나는 신형 무기 불량․결함에 군사안보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대로 전쟁이라도 났다가는 큰 일 났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한 민간 군사연구가는 “대체 무기 결함의 끝이 어디냐”며 탄식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과 민간 군사연구가들은 이처럼 계속 드러나는 신형 무기 문제의 원인을 ▲자주국방 지상주의 ▲국내업체 기술력에 대한 과신 ▲신형 무기를 제대로 검증할 능력이 없는 정부기관의 무능력 ▲군 요구 성능 수립과정에서의 ‘뻥튀기’라고 지적했다.

    우리 군은 ‘독자기술개발’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된 K-9 자주포 엔진은 독일제고, K-1 전차의 포신은 미국제를 카피한 것이다. 즉 원천기술은 아직도 군사강국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에게 공개할 때나 언론에 보도할 때는 무조건 ‘독자기술개발’이라 밝힌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자주국방’ 구호를 연상시킨다. 군은 지금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주국방’과 ‘독자개발’을 지상과제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과신도 지나치다. 국내 대기업들의 성과는 눈부시지만 그것이 해당기업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형 방위산업체 대부분이 소재와 원천기술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군은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무기 개발과 양산을 믿고 맡긴다.  

    신형 무기를 제대로 검증할 능력도 부족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국방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할 기관에 기술 인력이나 현장인력보다 행정인력과 홍보인력이 더 많다”며 걱정했다. 서류 작업과 대외활동에 쫓기는 이들이 10년 뒤를 내다보며 신무기를 개발할 여력이 있겠냐는 것이었다.

    체계화되지 않은 군 요구 성능도 문제다. 신형 전투화 불량의 경우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에서는 전투화 규격이 오락가락했고, 신형 미사일 고속함, K-21 전투장갑차 등에서는 군 요구 성능이 실전에 필요한 부분만을 충족하기 보다는 ‘세계 최고’라는 목표에 맞추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눈에 띤다. 이는 개발비용 상승과 실전배치 기간 연기라는 문제로 나타나게 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에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군, 보여주기 위한 무기 말고 필요한 무기 만들라”

    이런 문제점들이 개발 도중에 드러나면 사업수정 또는 취소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것처럼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결함이 나타나면 사업예산 낭비, 전력공백 발생, 장병 안전 위협 등의 심각한 문제들까지 몰고 온다. 만에 하나 북한의 도발이라도 있을 경우에는 나라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 ▲ 미국조차 자체개발을 과감하게 포기할 때도 있다. 美해병대가 英깁스社에 개발 의뢰한 수륙양용장갑차. 수상에서 72km/h, 지상에서는 128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 미국조차 자체개발을 과감하게 포기할 때도 있다. 美해병대가 英깁스社에 개발 의뢰한 수륙양용장갑차. 수상에서 72km/h, 지상에서는 128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무기 개발 관련 기관 및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의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인 듯 하다. 신형 전투화 불량 문제와 K-21 보병 전투차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들은 “검증 부분이나 설계, 개발 과정에서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고, 某 업체 관계자는 한 전시회에서 신형 무기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업체는 책임을 지느냐고 묻자 “그걸 왜 우리가 책임지느냐”고 했다가 기자 명찰을 보고선 슬그머니 태도를 바꾸며 “당연히 계약에 따라 책임진다”고 말을 바꾸는 행태를 보였다.

    군 관련기관과 방산업체의 이런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문에 複數의 민간 군사연구가들은 “이제는 보여주기 위한 무기, 자랑하기 위한 무기 말고 실전에서 우리 장병을 지키고 적을 섬멸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군과 관련 기관들은 천안함 사태 이후 “현용 장비의 전투력 강화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국방예산도 이런 목표를 반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군이 해야 할 일은 지금 추진 중인 사업을 포함, 모든 국방관련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다. 북한을 포함한 외부세력들은 신형 무기를 포함해 우리 군의 빈틈이 어디인지 항상 주시하고 있고 그 틈을 매우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