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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진보냐 진짜 진보냐?
유명환 전(前) 외무장관이 딸을 특채했다고 해서 민주당과 이른바 범진보가 아우성을 쳐 자리를 물러났다. 그 딸도 외무부 진입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27살 짜리 막내 아들을 대장으로 특채한 것에 대해서도 똑같이 아우성을 쳐야 할 것 아닌가?
범좌파 진영은 말할지도 모른다. “내정간섭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나 북한이 매일같이 “남조선 이명박 역적패당이...” 어쩌고 ‘내정간섭’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잠자코 있는가? 북한이 이쪽 내정에 사사건건 욕지거리를 하는 것은 괜찮고, 우리가 저쪽의 김정은 세습을 비판하는 것만 나쁘다 이건가?
‘진보’란 무엇인가? 봉건주의, 절대왕정, 인권유린에 맞서 자유 평등 박애를 내걸었던 프랑스 혁명을 ‘보수’보다 더 과감하게 추구하자는 것 아니었나? 그런데 이제 와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이라는 ‘진보’ 아닌 ‘퇴보’-따라서 수구반동에 대해 ‘진보 입장’의 비판 한 마디 딱부러진 게 없으니 이게 대체 무슨 웃기는 노릇인가?
이런 정도라면 그들이 만약 프랑스 혁명 당시에 있었다면 필시 부르봉 왕조 타도를 앞장서서 부르짖지 않거나 못했을 것 아닌가? 한국의 자칭 ‘진보’는 그렇다면 자코벵당의 후계임을 자임하는가, 부르봉 왕조의 방조자임을 자임하는가? 세상이 아무리 뒤죽박죽 되었다 할지라도 하늘 아래 세습왕조의 ‘세자 특채’를 적당히 넘기려는 진보란 있을 수 없다. 있다면 그건 가짜다.
이른바 범진보는 김정은 특채를 계기로 분명하게 분화돼야 한다. 그것을 암묵적-명시적으로 수용하는 전체주의적 ‘가짜 진보’와, 그것을 준절하게 비난하는 민주주의적 ‘진짜 진보’로 첨예하게 갈라져야 한다. 그리하여 봉건 절대왕정 김정일 김정은의 앙시앙 레짐을 ‘노(No)'라고 단죄하는 ’대한민국의 진보‘가 선명하게 서야 한다. 그럴 때라야 자유주의, 보수주의 진영도 가짜 아닌 진짜 진보에 대한 신뢰의 근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류근일 /본사 고문, 언론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dar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