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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구좌로 2백 보냈어.」
핸드폰을 귀에 붙인 김동수가 소리치듯 말한다.점심시간, 최용기와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김동수는 지금 회사 건물의 비상계단에 앉아있다.
「아니, 동수야.」
어머니 이명옥의 놀란 목소리가 울렸다.
「네가 갑자기 무슨 돈이 생겼다고.」
「보너스 받은거야.」송이 밀수를, 그것도 회사 정보를 가로채어서 다섯배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가는 얼른 이해도 못할뿐더러 그때부터 어머니에게 근심 걱정꺼리를 안겨주게 될 것이었다.
「아이구, 이게 왠일이래.」
감동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회사가 잘 되는 모양이구나. 우리 회사는 일감이 떨어져서 노는데.」
「인제 엄마는 일 나가지 마. 내가 돈 줄테니까.」좀 오바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친 김이다. 김동수가 말을 이었다.
「글고 앞으로 현수 등록금은 내가 낼테니까 엄마는 신경 안써도 돼.」현수는 세 살 아래인 김동수의 동생이다. 올 봄에 제대한 김현수는 가을 학기에 3학년으로 복학 할 예정이었는데 아직 등록금 준비가 안되었다. 그래서 현수는 지금 인력시장을 돌아다니며 돈을 모으는 중이다.
「아이구, 내새끼.」
어머니의 목소리에 이제 울음기가 섞여졌다.15년 전에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부터 어머니는 미싱사로 일하면서 두 아들을 키웠다. 억척스럽지만 눈물이 많은 어머니였다. 같은 공장에서 아이롱사로 일하던 아버지는 과묵했지만 너그러웠다. 지금도 김동수는 자신의 인생에서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인 12살때까지를 제일 행복한 시기로 친다.
그때 아래쪽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으므로 김동수는 엉덩이를 들고 말했다.
「엄마, 다시 전화할게. 끊어.」핸드폰을 귀에서 떼었을 때 최용기의 머리가 보였다. 이곳은 최용기의 흡연 구역이기도 하다.
「어, 여기 있었구만.」
김동수보다 다섯 살 위인 최용기는 서른 둘이다. 제 말로 이곳 뉴스타 상사가 여섯 번째 직장이라고 했으니 많이 옮겨다닌 셈이다.
김동수 옆에 선 최용기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긴 얼굴에 턱이 튀어나와서 옆에서 보면 물어뜯는 인상이다. 빨아들인 연기를 길게 품은 최용기가 김동수를 보았다.
「저기, 미스박 말야.」
김동수는 눈도 깜박하지 않았고 최용기가 말을 잇는다.「오기호가 따먹은게 틀림없어. 사무실에서 둘이 노는 꼴을 보면 알아.」
「어떻게 말입니까?」
「서로 한 번도 눈을 부딪치지 않아. 말을 할 때도 말야.」
「그런다고 따먹은 증거가 됩니까?」
「야, 야.」갑자기 최용기가 눈을 치켜뜨고 화를 내었다.
「니가 뭘 안다고 그래? 인마, 따먹은게 분명하다구.」
「알겠습니다.」
「뭘 알아?」
「미스박을 오부장이 따먹었다구요.」정색하고 말했지만 김동수의 속이 느글거렸다. 이 병신은 박미향이 오기호의 처제라는 것도 모르는 것이다.
그때 최용기가 입맛을 다시고 나서 말했다.
「내가 고걸 한번 먹어야겠는데 오기호가 감시하는 바람에 기회가 안난단 말야.」김동수가 따라서 입맛을 다셨으므로 최용기가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