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광장을 아예 없애는 게 차라리? 서울시 의회는 시청 앞 서울광장을 정치집회를 할 수 있도록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꿨다. 하루가 멀다고 서울 도심이 살벌한 이년집회와 고성능 스피커와 고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그 동안 서울광장은 시민 휴식처로, 가족 나들이 장소로, 어린이들의 분수 물놀이어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을 받았다. 서울광장-광화문-경복궁-인사동-청계천-을 잇는 서울의 정취가 이제 막 향기를 발하기 시작하던 차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자리에 다시 증오와 광란과 저주의 사육제가 벌어질 모양이다. 

     광장은 곧잘 교활한 음모가들과 미친 군중들과 기만적이고 선동적인 한판 굿이 아수라장을 연출하는 무대가 된다. 천안문 광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18 세기에는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이 그랬다. 파리의 부녀자들이 자코벵당이 설치한 단두대 주변에 몰려들어 정치범으로 몰린 사람들의 목이 툭 떨어지는 것을 ‘구경’ 하며 시시덕거리고 끼득끼득 웃던 곳이다. 천안문 광장은 로베스피에르(자코벵 당수)의 20세기 판 극단적주의적 사생아들인 모택동주의 홍위병들이 나치스 뺨치는 초토화(焦土化)를 자행하던 곳이다. 

     서울시 의회는 서울광장에 또다시 ‘거짓 예언’이 조작해 내는 대중폭란에 빗장을 열어줄 작정인가? 폭민(暴民)화된 군중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그 자리에 ‘민중 직접행동’ ‘민중 직접지배’ ‘콤뮨(commune)'주의를 갖다 놓으려 할 것이다. 종북(從北)주의자들, 이런 저런 혁명적 몽상가들, 훌리건들(hooligans, 건달), 무정부주의자들, 트로츠키주의자들, 에바 페론(Eva Peron)주의자들, 골빈 철부지들, 홧김에 국보급 문화재에 불 지르고 싶은 자들, 인터넷에 살고 인터넷에 죽는 ’디지탈 좀비‘들, 주정꾼들, 포퓰리스트 정치꾼들...이 김대중이 말한 것 같은 ’들고 일어남‘ 그리고 노무현이 자신의 팬들 앞에서 연설한 것 같은 ’시민혁명‘의 그림을 그려가려 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그것을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다면 자리를 걸고 서울시 의회의 정치광장 편집증을 온 몸으로 막아라. 광장은 시민, 공민(公民)의 것이지 중우(衆愚), 폭중(暴衆), 난폭자, 선동가, 문화 공작대, 3류 노천무대 연출가들의 밥이 되어선 안 된다. 정히 막무가내라면 광장을 아예 없애버려라!

     <류근일 /본사고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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