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에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그 일등공신은 당연히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승만이 이 나라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아예 이승만을 '나쁜 영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성공을 이룬 대한민국을 세운 데 대해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주 경기북부상공회의소 특강에서 한 말이다. '이승만'은 최근 활발한 '특강 정치'를 펼치고 있는 김 지사가 강연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강조하는 핵심 코드다. 정치인·경제인·학생 등 강연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 왜곡, 저평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김 지사는 '과거에는 이 전 대통령을 부정했지만 공부할수록 그분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19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직 광역단체장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신의 업적은 대한민국을 끝까지 무너뜨리려 하는 북한의 실패로 더욱 빛난다. 그런 당신의 동상 하나 세우지 못한 무지와 비겁함을 저부터 반성한다. 대한민국 한복판에 당신의 동상을 세워서 모든 국민들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추모사는 일부 좌파(左派)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달에도 언론에 '광화문에 이승만·박정희 동상을 세우자'는 내용의 기고를 했다.

    김 지사가 최근 이처럼 '이승만 코드'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19일 그의 한 측근은 "젊은 시절 반체제운동을 하다 감방생활을 했고 항상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공통점 등 때문에 김 지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하는 동시에 정서적 유대감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김 지사의 차기 대선 행보와 연관시키는 분석이 많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 되살리기'에 앞장섬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이라는 명분을 얻고, 이를 통해 우파(右派)가 주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대권 주자로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서노련' '민청학련' 등으로 대표되는 과거 운동권 전력(前歷) 때문에 아직도 일부에서는 '김문수가 진짜 우파가 맞나'하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며 "'이승만 코드'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김 지사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론'을 펼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예찬의 강도(强度)나 빈도(頻度)에 있어 이 전 대통령에 비해서는 확실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김 지사측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은 전 국민적인 평가를 받고 있고 또 그에 상응한 존경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동안 철저한 무관심뿐이지 않았나. 김 지사가 이승만 평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도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임민혁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