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당국이 2014년부터 고교 내신제도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방향을 정함에 따라 공정하고 변별력 있는 내신성적을 어떻게 산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절대평가 방식의 새로운 고교 내신제도는 기존의 수우미양가 등 등급제가 적용되는 방식과는 다르다.

    우선 학생부에는 원점수, 표준점수, 표준편차, 수강인원이 표기된다. 기존에는 상대평가 방식에 의해 산출된 등급(1~9급)을 표기해왔다.

    외형적으로 볼 때는 `등급' 하나가 빠지는 셈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대학이 내신성적을 입학전형 요소로 반영할 때 등급을 써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4년 전형을 실시하는 201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각 대학은 수험생의 교과목별 원점수를 기준으로 내신을 자율적으로 산출하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특정과목에서 비슷한 성적(원점수)을 받은 학생들 간의 성적을 변별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표준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등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A, B고에 각각 재학 중인 두 학생이 수학에서 똑같이 90점을 받았더라도 A학교 전체 학생의 수학과목 평균 점수가 B학교보다 높았다면 B고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가중점수를 부여하는 식이다.

    학생들의 성적을 보정하는 데는 평균점수, 표준점수, 표준편차, 이수학생수 외에 2013년까지 완성될 예정인 `과목별 성취도 기준'도 활용될 예정이다.

    교과부가 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내신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배경에는 과도한 점수 경쟁으로 인한 고교수업 파행이라는 근원적인 문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시험 한 문제 또는 1점 차이로 등급이 뒤바뀌고 그 결과가 대학 당락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전인교육과 다양화·특성화 교육은 요원하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판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교 단계에서 상대평가 방식을 택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이제는 (선진국형으로) 내신제도를 정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의 전면화 역시 내신제도 개편을 촉발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학생의 잠재능력 등 다양한 요소를 보고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의 입학사정관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되고, 모든 교과목에 대한 선택권이 인정되는 2009개정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상대평가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주요 입시과목을 비롯해 대다수 교과목의 수강학생이 수십 명에 이르지만, 2014년 개정교육과정의 전면 실시로 모든 수업이 선택과목으로 전환되면 10명 미만의 학생으로 구성된 소수반도 상당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일선 학교들의 `내신 부풀리기' 경쟁이다.

    사실 교육당국이 2005년까지 유지해 온 절대평가 방식을 상대평가 방식의 9등급제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개별 학교의 `성적 거품'에 있었다.

    이런 부작용이 다시 재연되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고교 내신성적을 불신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내신 무력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고려대 고교등급제 판결에서 보듯 일부 대학이 새로운 내신제도를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을 싹쓸이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2007년부터 각 학교의 과목별 평균성적이 모두 공개되고 있어 학생들의 실력을 비교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필요할 경우 공통 산출식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도 "새로운 방식의 절대평가는 `등급'이 없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고려대 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대다수 대학이 정상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